박해춘 우리은행장 "하이닉스 매각 1순위"
하이닉스[000660]반도체의 2대 주주인 우리은행의 박해춘 행장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 기업 가운데 하이닉스를 최우선적으로 매각하기로 하면서 장기 표류하던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박 행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하이닉스든 대우조선이든 은행이 장기간 소유해서는 안된다"며 "적절한 시기에 연구.개발(R&D) 투자와 마케팅을 통해 기업을 크게 키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채권단이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박 행장은 "반도체는 산업의 특성상 경쟁이 치열하고 한 세대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적기에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매각이 늦어지면 기술개발 지연에 따른 기업가치와 주가 하락 등으로 공적자금 회수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는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국가기간 산업이라는 이유 등으로 2년9개월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주가는 작년 8월 4만원선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올초 2만1천원대로 떨어진 뒤 11일 현재 2만8천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박 행장은 하이닉스와 대우조선, 현대건설 등 시장에 나올 시점이 된 기업들 중 하이닉스의 매각 작업을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우조선과 현대건설은 인수 기업이 많아 매각이 쉽게 진행될 수 있다"며 "그러나 하이닉스는 인수기업을 찾기가 어렵고 기술유출 방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서 매각을 진행해야 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자문사인 크레디트 스위스(CS)는 올해 적정 시설투자자금(CapEx) 규모를 약 4조1천억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1.4분기를 하이닉스 지분 매각을 시작하는 데 적기로 제안했다.박 행장은 "대우조선과 하이닉스는 업종이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며 "총선이 끝나 정치적 불투명성이 해소된 만큼 하이닉스의 매각을 신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외환은행과 3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동조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지난달 28일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경영이 정상화된 기업을 은행이 오랫동안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환은행과 현대건설, 하이닉스 모두 주주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외환은행 측은 당장 하이닉스 매각을 논의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3대 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 매각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하이닉스나 현대건설의 동반 매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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