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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고소득층 각종 공제로 이미 감세 혜택
“해외소비만 늘릴 것”…투자 유인책 안돼
정부와 한나라당이 각종 감세안을 쏟아내는 명분은 “내수 진작을 위해서”다. 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줘 투자를 늘리게 유인하고, 가계의 세 부담을 덜어줘 소비를 늘리게 이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기에도 한번 실험한 바 있는 세금 인하는 내수 진작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세금 인하 혜택이 집중되는 초우량 대기업들은 돈이 부족해 투자를 늘리지 않는 게 아닌데다, 투자에 따른 감세 혜택도 이미 충분히 보고 있었던 까닭이다. 소득세 인하 혜택이 집중된 고소득 계층도 감세로 늘어난 소득을 국내 소비에 쓰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법인세도 수익의 14% 불과=기업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삼성전자는 2007년 8조6300억원의 세전 순이익을 냈는데, 법인세로 낸 돈은 1조2049억원으로 순이익의 13.96%에 그쳤다. 과표가 1억원을 넘으면 25%의 최고세율이 적용되지만, 실효세율은 이에 크게 못미쳤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2006년 순이익이 500억원을 넘는 우리나라 324개 대기업이 낸 법인세도 총수익의 17.3%에 불과했다.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지난해 순익의 30% 안팎을 세금으로 낸 것에 견주면 아주 낮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은 것은 기업들이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한 각종 공제 혜택을 이미 많이 받고 있는 까닭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이 신규투자를 하면, 투자액의 1%를 세금에서 빼주는 제도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와 달리, 법인세율 인하는 이미 기업들이 투자해 둔 부분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신규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더욱이 법인세율 인하 혜택의 80%는 전체의 1%도 안되는 소수 대기업에 집중된다. 이들 기업에선 자금 여력이 넘쳐나 세금을 내려도 투자에 별 영향이 없다.
“저소득층 지원해야 소비 진작 효과”=2006년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자는 1259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600만명은 소득이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밑돌았다. 근로소득세의 61%는 소득 상위 5%에 드는 66만여명이 냈다. 소득 상위 10%로 범위를 넓히면 이들이 낸 세금이 전체의 78%에 이른다. 감세를 할 경우, 대부분의 세금을 돌려받는 계층이다.
이들 계층은 세금을 감면받아도 그 돈을 소비에 쓰는 비중이 낮다. 2007년 통계청의 <가계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20%에 드는 근로자가구는 소득의 51.4%만을 소비지출에 썼다. 소득 하위 20% 계층은 97.5%를 썼다. 내수 진작에 효과를 보려면,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큰 저소득계층의 소득을 늘려주는 게 훨씬 효과적인 이유다.
기획재정부도 2월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민간소비 위축은 가계 소득 부진에 따른 소비 여력 부족에 주로 기인한다”며 “자영업자 등 서민계층의 소득 부진이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세금인하는 해외소비나 자산투자를 늘어나게 할 뿐, 내수소비 진작에 별 효과가 없고 소득격차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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