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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텔레콤 직원이 시험폰과 같은 기종인 오즈 전용 ‘캔유’ 단말기에 인터넷한겨레 사이트 화면을 띄워 보여주고 있다. 엘지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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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창까지 10여초 ‘굼떠’
이메일·동영상 재생은 ‘쓸만’
엘지텔레콤(LGT)이 ‘오즈’로 무선인터넷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휴대전화로 네이버나 구글 같은 인터넷 사이트 화면도 그대로 보게 하는 ‘풀 브라우징’과 전자우편(이메일) 확인 기능, 월 7천원으로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확인을 무제한 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통신 정액 요금제’가 무선인터넷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엘지텔레콤이 지난 3일 선보인 오즈 이용자는 하루 평균 4천여명씩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열에 아홉 꼴로 정액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 오즈는 기존 개인휴대전화(PCS) 통신망의 데이터통신 성능을 높여 만든 엘지텔레콤의 3세대 이동통신(리비전에이) 서비스다.
이처럼 오즈의 풀 브라우징과 전자우편 확인 기능이 주목을 받자, 빈정대는 태도를 보이던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에프(KTF)도 마지못해 뒤따르는 모습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느닷없이 “우리도 하고 있다”고 나서고, 케이티에프는 “5월쯤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전자우편을 확인하는 게 가능할까?’ 엘지텔레콤의 시험폰(오즈 전용 휴대전화 ‘캔유’)을 받아 일주일 정도 오즈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서울 광화문, 여의도, 올림픽도로, 서울에서 충주를 갈 때 이용하는 중부·영동·중부내륙 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서 오즈 시험폰을 사용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전자우편을 확인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이용해 보게 한 뒤 소감을 물었다.
“화면 뜨는 속도 느리다”=시험폰으로 오즈를 이용해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화면 뜨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7일 중부고속도로와 여주휴게소에서 시험폰으로 네이버에 접속하자, 첫 화면이 뜨는 데 13~15초 가량 걸렸다. 다음은 12초, 인터넷한겨레는 13초 걸렸다. 11일 서울 광화문 케이티빌딩 8층에서도 비슷하게 걸렸다. 12일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 6층에서 시험폰으로 네이버에 접속할 때는 첫 화면이 나타나기까지 20초 걸렸다. 야후와 인터넷한겨레는 27초, 다음은 12초, 구글은 11초 걸렸다.
엘지텔레콤은 지난 3일 오즈 서비스를 시작할 때 “네이버나 야후 같은 포털사이트 화면이 뜨는 데 5~6초, 늦어도 10초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이용해 보니 그보다 더 걸린 것이다. 엘지텔레콤 이중환 과장은 “인터넷 사이트 화면이 뜨는 시간은 오즈 서비스의 데이터통신 속도와 휴대전화 성능에 좌우되지만, 인터넷 통신망 구간과 사이트 접속자 수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무선인터넷으로는 구글이 ‘짱’=언제 어디서나 가장 빨리 뜨는 화면은 구글이었다. 네이버·다음·야후보다 늘 4~10초 가량 빨랐다. 이중환 과장은 “구글은 국내 포털사이트와 달리 사진이나 그림, 그래픽, 동영상 같은 게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면 디자인도 휴대전화로 이용하기에 가장 알맞았다. 오즈를 이용해 인터넷을 검색할 때는 검색어 창에 검색어를 입력한 뒤 ‘검색’ 메뉴를 선택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네이버는 ‘검색’ 메뉴가 오른쪽 끝에 있어서 검색어를 입력한 뒤 방향키를 활용해 커서를 거기까지 옮겨야 하는 데 비해, 구글은 검색 메뉴가 검색어 창 바로 밑에 있어서 편리하다.
동영상 재생 “괜찮네”=전자우편 확인은 첨부파일까지 모두 가능했다. 전자우편에 첨부됐거나 포털사이트에 올라 있는 동영상도 무난하게 재생됐다. 포털사이트에 올라 있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나 애니메이션 파일도 재생됐다. 하지만 건물 지하나 이동할 때는 동영상이 재생되다 끊기기도 했다. ‘엑티브엑스’ 기능이나 팝업 창을 이용하는 서비스 이용은 불가능했다.
아쉬운 걸 꼽으라면=고속도로를 이용해 충주에 가다가 감곡 진출입로로 나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를 해야겠는데, 어느 쪽에 식당이 있는지 몰라 헤맸다. 시험폰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감곡 진출입로 근처에 있는 맛있는 집을 찾았으나 마땅한 곳이 찾아지지 않았다. 포털사이트에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지역정보를 결합해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근처의 식당이나 관광지·주유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무선인터넷 이용자들을 배려하는 기능이 추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국내 포털사이트들의 화면이 무선인터넷으로 이용하기에 적당하지 않게 디자인돼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엘지텔레콤이 오즈를 통해 꿈꾸는 대로, 인터넷 검색이 무선인터넷의 핵심 기능(킬러 어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으려면 검색어 창과 검색 메뉴를 가깝게 배치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 초기 화면을 가볍게 하고, 전자우편을 보낼 때는 내용을 바로 쓰고 첨부파일을 달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휴대전화도 터치스크린 방식이 더 나아 보였다. 키보드 방식인 시험폰을 사용하다 보니, 화면이 작고 방향 키를 이용해 커서를 움직이는 게 불편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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