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은행들, 중기에 환율헤징 수수료 받아먹어”

“외환시장에 잘못된 세력…‘사기세력’” 비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외환시장에 잘못된 세력이 있는데 정부가 방치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 투기세력이 있으면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T CEO 과정 총원우회(회장 박정부, 한일맨파워 대표)가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한 조찬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강 장관은 금융기관 등을 겨냥해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세력은 지식을 악용해서 선량한 시장참가자를 오도하고 그걸 통해서 돈을 버는 '사기세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은행이) 잘 모르는 중소기업한테 환율이 더 떨어질 거다, 2~3년까지 환율이 절상될 거다라며 환율 헤징을 권유해서 수수료를 받아 먹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장관의 발언은 시장에 투기세력이 있다는 현상을 설명한 것이지 어떤 정책적 의도를 갖고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환율에 대해 언론이 비판을 많이 했지만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환율이 1천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계속 악화되던 여행수지의 추세를 바꿔놨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환율이 꼭 상품 수출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수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냐"며 "과거 5년간 원화가 엔화보다 3배 절상된 것이 잘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서비스수지가 악화되고 있는데 제주도에서 골프 치는 것보다 가고시마에서 치는 것이 훨씬 싸다"며 "우리보다 잘 사는 일본 도쿄에서 쇼핑하는 것이 싼 상황으로 변했는데 느낌이 좋지 않고 앞으로 쉽게 개선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경상수지 안정을 가장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관광산업을 제조업과 같은 수준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외 금리차 등을 감안해 신축적 통화신용 정책을 운용하고 경상수지 동향과 괴리되지 않도록 환율 안정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최근 수년간 경상수지 동향에 대해 "경상수지가 외환위기 직전과 마찬가지로 매년 반토막 나면서 악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절상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추경편성과 관련 "지난해 세계잉여금 15조3천억원 중 국가부채 상환 5조원을 제외한 10조원을 바탕으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규모로 추진할 것"이라며 "지방교부금도 지자체가 서민생활 안정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조선호텔에서 열린 파이낸셜뉴스 주최 국제금융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6% 성장도 어렵다"는 발언과 관련해 "6% 성장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렵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고 답변했다.

김준억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