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경영쇄신안 시나리오
|
② 위기 정면돌파 - 이건희 회장이 ‘쇄신’ 진두지휘
③ 과도체제 구축 - 사장단 회의가 권한갖고 경영 최근 삼성의 경영체제 쇄신안 내용을 둘러싼 여러 관측을 두고 삼성 전략기획실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랭’하다. 삼성 쪽은 “모두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하는 한편,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 가능성이 연일 제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건희 회장의 수천억원대 조세포탈 혐의가 논의되자 특검 발표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여론의 기대를 나름으로 충족시키면서도 내부적으로 실속도 챙기는 카드 선택에 삼성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단 순환출자로 돼 있는 소유지배 구조에 당장 손대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 쪽 관계자들은 “현행법상 지주회사로 전환을 하려면 삼성생명이 전자의 지분을 더 사들이기 위해 수십조원의 돈이 들어간다”며 “할 수 있었으면 예전에 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김진방 교수(인하대)는 “에스케이 사례에서 보듯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물적 분할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삼성의 고민은 순환출자 구조가 한꺼번에 풀기엔 너무 복잡한데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분리하지 않을 경우 현행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데 있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현재의 전략기획실 해체를 의미한다. 전략기획실이 했던 역할은 지주회사의 이사회와 계열사로 넘어가 보고와 공시 의무 등을 갖게 돼 시장의 감시를 받게 된다. 삼성 쪽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경영체제는 ‘총수의 카리스마-전략기획실-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삼각편대가 핵심”이라며 “삼성의 ‘심장’이라 할 만한 사람들을 겨냥하면 어떻게 이걸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한다. 지분 자체가 경영권 방어에 불안할 정도로 적었던 에스케이에 비교하면 지분이 적잖다는 점에서도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사회적 요구와 주주들의 요구가 지주회사라는 형태로 쏠릴 경우, 금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각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 분할을 한 뒤 통합한 새로운 지주회사를 세울 가능성은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이나 97년 구조조정 위기 때처럼 본인이 ‘정면돌파’를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 삼성 관계자들은 “회장의 발언은 회장이 중심이 되어 쇄신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본인이 경영진 쇄신을 이야기한 이상 그 강도와 폭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 경영일선 퇴진이 아니라, 오히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자격으로 사장단 회의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이재용 전무에게 넘기면 특검 수사를 빌미로 오히려 세습을 강화했다는 비난을 듣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인 ‘수요회’가, 독립경영 체제 강화와 함께 그룹차원 조정 등의 권한을 가질 수도 있다. 삼성이 중앙집권적인 그룹문화이기에 전문경영인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는, 이 회장 본인이 직접 챙기거나 김순택 삼성에스디아이 사장처럼 연장자면서 비서실을 거쳐 총수의 의중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이끌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실질적인 그룹 사안을 결정하는 모임은 ‘전략기획위원회’인 ‘9인회’인데, 구성원의 상당수가 특검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어 중심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삼성은 누누이 “순환출자가 불법은 아니며 총수체제는 삼성 나름의 가장 효율적 경영체제”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홍익대)는 “회사법이나 상법에서 이사회나 주주의 권한행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보였던 측면은 있다”며 “결국 이 족쇄를 풀 수 있는 건 이 회장 자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이건희의 삼성 지배, 끝나는건가
▶ 중앙일보 ‘특검 뻗치기’는 취재 방해용?
▶ ‘경영쇄신 카드’ 과연 삼성의 선택은?
▶ 이건희 포탈세액 1천억에도 불구속…‘봐주기’ 논란
▶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해법이 관건
▶ [아침햇발] 이건희 스트레스 / 정영무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