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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경영진 쇄신을 검토하겠다.” 4월11일 삼성특검에 출두한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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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금이 바로 창조적 혁신의 기회다
삼성 특검이 지지부진하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고 가슴이 답답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란 자신의 입장에 따라서 사실을 바라보기 때문에 일면 당연한 것이라고 볼수도 있다. 그렇지만 삼성이 떳떳하고 아무런 범죄사실이 없다면 지지부진하다는 말에 기뻐할 이유도 없다. 오래전부터 삼성에서 창조적 혁신이라는 화두를 생각하고 이끌어온 사람으로서 오늘날 삼성의 혁신에 대해 가슴이 답답한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혁신이 제모습을 찾고 있다면 답답할 이유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해진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사람들이 혁신에 대해 이런 저런 잣대를 들이대지만 혁신이라는 것은 결국 조직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떼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혁신을 '혁신'이라고 하는 것인데 오늘날 어떤 기업도 조직 문화의 벽을 넘어선 혁신을 이룩한 곳이 없다는 것이 혁신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조직문화의 특성이 혁신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그렇고 도요다가 그렇고 인텔이 그렇고 구글이 그렇다. 이런 기업들은 그들 나름의 조직문화를 통해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고 성공하고 있지만 조직문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을 이룩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30% 여유시간으로 유명한 3M에서 창조적 혁신이라는 방법만으로는 한계를 느껴서 GE에 있던 6시그마 기술자를 데려다가 CEO를 시켰더니 비용절감에는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고유문화인 창조성이 떨어지게 되더라고 한다. 3M이 경비절감에는 일부 성공했지만 기업의 생명인 조직문화가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삼성의 혁신도 예외는 아닌 것같다. 상명하복의 전통과 철저한 관리로 요약되는 삼성의 조직문화에서 적절한 혁신 방법론은 SCM, 6시그마,PI,개사제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혁신이 이루어진 것은 오로지 철저한 관리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진단이라고 본다. 혁신이라는 것이 위에서 까라면 깐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혁신이 성공한 경우는 없는 것같다. 6시그마가 삼성에서 퇴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혁신의 흐름이라는 것이 Topdown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삼성은 위대한 기업임에 틀림없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그러나 삼성 비자금 사건은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게 됐고 혁신분야에 대한 평가에서도 삼성은 모든 면에서 늘 최고인 것은 결코 아니다. 사원들이 업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드는 관리에는 성공했지만 스스로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창조적 혁신에는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리는 Topdown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몇사람이 시스템을 통해서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지만 창조는 누구의 명령으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창조문화를 조성하는데 실패했기때문에 창조적 혁신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정반합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헤겔의 변증법 원리에 따라서 삼성도 창조적 혁신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나아가 창조적 혁신을 이루려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만 역사는 진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의 혁신 역사가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동력은 창조적 혁신이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동역시 만만치 않고 험난한 도전을 헤쳐 나가는 것 역시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삼성의 경영권을 창조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신진세력에 이양해야 할 적기라는 것은 역사적 흐름에서 누구나 충분히 간파할 수 있는 일이 된 것이다. 이전투구가 계속되는 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기회 손실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될때 삼성은 창조적 기업으로 위대한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당장 새로운 세력이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역사의 균형추는 이미 기울었고 그 도도한 흐름은 대한민국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엄청난 소용돌이를 치며 흘러가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것이다. 지금이 바로 창조적 혁신의 기회다.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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