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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통화 대비 위안화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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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고급가전·화장품 등 사치재 업종 수혜 가능성
중국 수출 둔화로 정유 등 중간재 수출 기업엔 악영향
‘강력해진 위안화, 주식시장에는 약일까 독일까?’
중국 위안화 절상(환율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17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1달러당 6.989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중국정부가 2005년 고정환율제인 ‘페그제’를 포기한 뒤 최저치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나날이 늘고있는 경상수지 흑자 부담, 치솟는 소비자 물가,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하 등 중국을 둘러싼 국내외 경제 변수들이 모두 중국 위안화를 밀어올리고 있다”며 “올해 4분기에는 위안·달러 환율(평균)이 6.6위안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안화의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식시장은 위안화 절상에 따른 손익 계산으로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가 주식시장 전체보다는 업종별·기업별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전현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절상 자체는 이미 시장에서 예상됐던 부분이므로 그 흐름이 완만하게만 진행된다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 상승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갖고 있어 주식시장 전체의 향방을 결정할 만한 변수는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위안화가 오르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 매력도를 떨어뜨려 국내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절상에 따른 중국의 수출 둔화로 국내 기업들의 대중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위안화 강세에 따른 업종 및 기업별 기상도는 어떨까? 우선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경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올초 원화 약세가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강세를 이끌었던 것처럼, 위안화 강세가 시장에서 또 다른 강력한 흐름을 만들 수 있다”며 “위안화를 직접 벌어들이는,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했을 때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35%를 넘어서는 기업은 에스케이에너지, 하이닉스, 엘지화학, 포스코, 호남석유화학, 삼성전기 등이었다.
업종별로는 중국 내 소비와 관련된 분야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반도체, 전기전자 업종이 위안화 강세의 1차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이들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위안화 강세로 전기 전자 제품의 소비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도한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재 생산 부문 중에서도 필수 소비재 보다는 고급 가전, 화장품 같은 사치재에 가까운 재화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 덕을 보는 곳도 있다. 조선과 철강이 대표적이다. 조선업의 경우에는 세계 2위로 도약한 중국 조선소의 원가 경쟁력이 약해져, 한국 조선업체들이 상대적인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 또한 중국 철강제품의 수출 단가 상승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반면 정유와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위안화 절상이 중국의 수출 증가세 둔화로 이어져 중국 쪽의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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