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3 19:04
수정 : 2008.04.2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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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외화차입 평균 가산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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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뒤 외국금융사 달러 집중매입
외화차입 금리 급등…해법 놓고 ‘시각차’
시중은행들이 외화자금 부족으로 자금조달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3개월짜리 단기차입의 경우 연 2.9%의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단기금리)에 가산금리가 0.9%포인트까지 붙는 등 외화차입 금리가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화 차입금리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23일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은행은 3개월 만기 외화차입의 경우 리보금리(연평균 2.9%)에 0.9%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말 0.1~0.2%포인트였던 가산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양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유럽·중국 등의 금융회사들이 일제히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외화 공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외화대출과 수출입 환어음 결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규 단기자금 조달에 0.9%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화차입 담당자는 “3개월짜리 외화차입을 할 때 가산금리를 1% 이상 요구하는 곳도 많지만 실제로는 0.9%대 초반에서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외화차입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2~3주째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파악하고 있는 시중은행의 외화차입 금리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4월 초 0.52%포인트까지 올라갔던 가산금리가 지난주 0.42%로 떨어졌다”며 “국채에 대한 보험료 성격인 시디에스(CDS,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도 한때 1.09%포인트까지 올랐다가 0.81%포인트로 내렸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금리가 올랐지만 차츰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1년 미만 단기 외화차입 금리를 평균한 것이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조달금리가 낮은 1개월짜리 초단기 차입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외화차입 평균금리가 낮아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시중은행들의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전체적으로 외화차입 기간이 짧아졌고,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 업체들이 서둘러 달러 결제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수출입 증가로 외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외화 부족이 심화될 것을 예상해 가수요가 붙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한국은행과 마찬가지로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문에 차입조건이 나빠졌지만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도 이날 한국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시중은행들의 요구에 “외화자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풀어 지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며 “은행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으니 외화 유동성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 이를 계기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마저 내비쳤다. 외화자금 부족이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국면이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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