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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텔레콤의 ‘휴먼센터드 인터페이스그룹’(HCI) 직원들이 한 고객의 무선인터넷 이용행태를 담은 사진들을 벽에 붙여놓고 함께 보며 잠재된 요구를 찾아 아이디어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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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가치 경영] 통신업계 ‘새 사업 밑천=고객’
HCI팀, 고객들 집·일터 찾아 함께 생활하며 아이템 찾아
채팅과 쇼핑 접목한 ‘채핑’·손전화로 선물 ‘기프트콘’ 개발
■ SKT 새 사업·서비스 ‘고객한테 물어봐’
서울 종로1가에 자리잡은 영풍빌딩 10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맞은편 벽에 ‘Human Centered Interface group(HCI)’이란 영문 이름이 덩그러니 붙어 있다. 보안 장치가 돼 있는 문을 거쳐 들어간 사무실 모습은 더욱 낯설다. 소파나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사람들dl 일하는 모습이 생뚱맞기 그지없다. 그동안 한번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에이치시아이팀’이다. 신민교 매니저는 “팀원은 20여명 정도 된다”며 “각자 현재 무슨 프로젝트를 맡고 있고, 이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맡았었는지 극비로 돼 있어 물어도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보실 백창돈 매니저는 “언론에 공개되기는 <한겨레>가 처음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새로운 사업이나 상품·서비스 아이템을 발굴하는 조직은 어느 기업에나 있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의 에이치시아이팀은 ‘에이치시아이 방법론’이란 기법을 사용해 신규 사업이나 서비스 아이디어를 기존 고객에게서 찾는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 것과 다르다. 실제로 에이치시아이팀의 현장은 기존 에스케이텔레콤 고객의 집이나 일터이다. 온라인 쇼핑을 많이 이용하는 고객, 영상통화를 많이 하는 고객, 무선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고객, 무선인터넷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고객, 휴대전화를 엉뚱한 용도로 사용하는 고객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고객들을 발굴해 며칠 함께 생활하며 관찰하거나 한나절 가까운 집중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를 찾아낸다.
“곁에서 고객의 생활 모습을 관찰합니다. 고객의 행태를 관찰하며 ‘왜 저렇게 하지?’ 내지 ‘저 대답의 진짜 의미가 뭘까?’란 질문을 던지고, 고객의 행동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인터뷰 때도 ‘뭘 원하냐?’거나 ‘무엇이 불편하냐?’고 묻는 게 아니라 고객의 경험과 느낌 등을 듣습니다.” 유병철 매니저는 “고객 스스로도 내가 뭘 원하는지, 뭐가 불편한지를 알거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의 이용 행태나 느낌에서 고객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요구사항을 찾아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텔레콤도 에이치시아이팀을 꾸리기 전에는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들어 새 사업이나 서비스를 발굴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언제나 시큰둥했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지를 고민하다 찾아낸 게 전문가가 아니라 고객에게서 아이디어를 찾자는 것이었다.
“한 외국인 인문학자가 인도의 시골마을을 여행하다 여인들이 물동이를 이고 사막 길을 한 시간이나 걸어가 물을 길어 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안쓰러워 중장비를 불러 동네에 우물을 파줬답니다. 그런데 여인들이 반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곁에 우물을 두고도 여전히 한 시간씩 걸어가 물을 길어 오더랍니다. 한 여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에겐 물을 길으러 갔다 오는 두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시댁과 시부모에게서 벗어나 개인 시간을 갖고 이웃 여인들과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기회였는데, 당신이 빼앗았다고 하더랍니다.” 유승훈 매니저는 “외국인 인문학자는 고객(여인)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물을 파주고도 욕을 먹은 셈”이라며 “신규 서비스나 상품을 개발할 때 인문학자의 경험과 같은 사례를 최소화하자는 게 에이치시아이팀이 구성된 이유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에이치시아이팀이 발굴한 것 가운데 하나가 ‘11번가’를 다른 인터넷쇼핑몰과 차별화시켜 주는 ‘채핑’ 기능이다. 채핑이란 채팅과 쇼핑을 합한 말로,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과 11번가 쇼핑몰에서 만나 채팅을 하며 온라인쇼핑을 하거나, 같은 상품을 사러 11번가 쇼핑몰을 들른 네티즌끼리 채팅을 통해 상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게 한다. 신 매니저는 “온라인쇼핑을 많이 하는 네티즌의 행태를 4시간 가량 지켜보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라며 “휴대전화로 상품권을 선물할 수 있게 하는 ‘기프티콘’,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인맥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토씨’ 서비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객의 행태를 관찰하거나 고객의 경험과 느낌 속에서 찾은 아이디어는 경쟁업체가 복제할 수 없는 장점을 갖는다. 고객의 행태나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제 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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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수 케이티 사장이 전봇대에 올라 서울 강남·서초지역의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광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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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에프 영상상담센터 상담원이 영상통화를 통해 고객의 얼굴을 보며 상담을 하고 있다. 케이티에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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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우체국 서비스. 인터넷을 통해 우체국쇼핑과 우편업무를 할 수 있고 우편물의 행방을 조회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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