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4.28 18:23 수정 : 2008.04.28 19:02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

말레이시아에서는 맥시스, 셀콤, 유(U)모바일이 각각 3세대 이동통신(WCDMA)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유모바일은 케이티에프(KTF)가 투자한 업체이다. 하지만 세 업체 것 모두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라고 하기엔 데이터통신 속도가 떨어진다.

유선 통신망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망도 단말기에서 기지국까지를 뺀 나머지 구간은 광케이블이 설치된 유선이어야 안정적인 통신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유선 통신망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유선이어야 할 부분까지 무선으로 돼 있는 곳이 많다. 케이티에프에서 파견된 연해정 유모바일 사장은 “유선이어야 할 구간에 무선인 ‘마이크로웨이브’망을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게 통신 품질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방송 송신탑처럼 생긴 안테나는 마이크로웨이브망용 안테나이다. 마이크로웨이브망이란 대형 안테나를 마주보는 형태로 이어 설치해 무선으로 통신을 중계하게 하는 것이다. 안테나 사이에 건물 같은 게 있어도 통신 품질이 떨어지고, 날씨가 험하거나 새떼가 지나가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취약하다. 유선 통신망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초고속인터넷이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실제로 쿠알라룸푸르 시내 고급 호텔마다 초고속인터넷이 깔려 있지만 속도는 초당 4만~5만비트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사례는 그동안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업체를 상대로 ‘보이지 않는 손’까지 동원하며 통신망 고도화 작업을 재촉해온 게 옳은 정책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 사장은 “말레이시아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가 계속 정보통신 강국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유선 통신망의 고도화 고삐를 늦추면 안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사례에 비춰보면, 정통부가 지난 2월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하면서 ‘2012년까지 광대역통합망(BcN)을 농어촌까지 구축해야 한다’는 조건을 단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은 당시에 “도시와 농어촌 간 정보화 격차가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광대역통합망을 30~50가구 이상의 농어촌 마을까지 깔아야 하지만 이를 추진할 수단이 마땅찮아 고민했는데, 에스케이텔레콤에게 맡겨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들리는 말로는, 에스케이텔레콤이 농어촌 지역의 광대역통합망 구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인가를 받았으니 아쉬울 게 없다는 심산인 듯 싶다. 하지만 이게 용납돼서는 방통위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당시 방통위는 농어촌 지역에 광대역통합망 구축 조건을 다는 대신 800㎒ 주파수를 개방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안을 묵살했다. jskim@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