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30 20:27
수정 : 2008.04.3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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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사상 처음 30억달러대…자동차·IT부품 수입 탓
경상 흑자 대부분 소진…“핵심소재 의존 커져 문제”
우리나라가 일본과 교역에서 발생한 적자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3월 30억달러를 넘어섰다. 대일 무역적자 심화는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도입 비용의 급증과 함께 올해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국제수지 동향’을 보면, 대일 상품수지 적자는 31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3월까지 대일 상품수지 적자는 83억달러에 이르며, 그 규모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대일 무역적자가 커진 것은 대일 수출액은 월 24억∼25억달러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월 45억∼50억달러였던 수입액이 3월에는 55억9천만달러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몇몇 산업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이들 산업의 핵심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적자가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부품·소재 분야 국내 중소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도 적자 확대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연간 대일 무역적자도 2005년 243억달러, 2006년 254억달러, 2007년 299억달러 등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일 적자는 2001년까지 100억달러 안팎을 유지해 오다 2002년 147억달러, 2003년 190억달러로 급증했으며, 2004년 244억달러 이후부터는 200억달러대 후반을 유지해 왔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하반기에 수출입 물량이 몰리면서 올해 대일 무역적자가 4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9억5천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으나 중동으로부터 원유 도입비용이 603억달러, 대일 무역적자가 299억달러에 이르러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의 대부분을 여기에 소진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정부가 곧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상을 다시 할 예정이어서, 만성적인 대일 적자구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박광순 연구위원은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부품소재를 중심으로 대일 무역적자가 늘어날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전자 집적회로 등 핵심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가 커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3월 중 전체 경상수지는 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연속 경상수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호조에 힘입어 3월에는 상품수지가 5억3천만달러 흑자로 돌아서고, 국외여행 수요가 줄면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도 2월에 22억2천만달러에서 6억8천만달러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3월까지 경상수지 누적 적자 규모는 51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억6천만달러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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