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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1 22:25 수정 : 2008.05.01 23:18

4월29일부터 5월1일까지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국제수송기계산업전 2008’에는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푸조, 폴크스바겐 등 세계 자동차업계의 큰손들과 현대·기아차, 지엠대우, 현대모비스 등 국내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코트라 제공

창원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 현장
외장재만 찾던건 옛말, 동력 등 핵심부품 주문
마힌드리 “중국산보다 비싸지만 품질 뛰어나다”

“자동차부품 조달과 관련한 금기가 깨지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 본사의 위르겐 틸레 팀장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구매전략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테리어나 외장재 등에만 한정해 한국산을 쓰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는 동력이나 운전자 안전과 관련한 핵심부품까지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경남 창원에서 열린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확산되는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소싱’(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부품구매) 흐름 속에서 한국 부품산업이 새 기회를 맞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코트라와 경상남도 및 창원시가 개최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엠, 푸조, 폴크스바겐, 마루티 등 외국 완성차업체와 부품기업 181곳이 국내 업체 200여곳과 구매 상담을 벌였다.

지엠의 국내 진출로 촉발된 북미 완성차업체들의 한국산 부품 구매 바람은 이제 ‘러브콜 경쟁’이라 부를 만한 상황이 됐다. 조셉 에르딩거 지엠 구매부문 부사장은 “지난해 지엠의 한국업체 부품조달이 19억달러(약 1조9천억원)를 넘어섰다”며 “2004년 이전에는 지엠의 부품구매 중 85%가 북미·유럽 등에 집중됐지만, 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구매비율이 65%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포드의 켄 킨 구매팀장은 “지난 4년간 한국산 부품조달이 4배까지 늘었으며, 올 들어 4월까지만 3억8천만달러(약 3800억원)어치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명차’들도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폴크스바겐 쪽은 현재 10곳인 한국 협력업체를 1년 이내에 15곳까지 늘릴 계획인데, 이중 상당수가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그룹도 한국에 10곳 정도의 오이엠(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 부품업체를 두고 있다. 핵심부품에도 한국산을 쓰느냐는 물음에 대해 이원장 다임러 오토모티브 코리아 이사는 “그동안 한국 부품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품목들이었지만, 이제 흐름이 바뀌는 것으로 보여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바이어가 (주)디아이씨의 전시 부스에서 엔진변속기 부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코트라 제공
신흥시장 바이어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이번 전시회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인도의 마루티, 중국의 동풍 등 신흥시장 완성차 업체들과 스즈키 헝가리 법인, 미쓰비시 계열의 네덜란드 완성차업체 네드카 등 현지진출 업체들은 고무제품, 서스펜션, 배기장치, 연료펌프 등 다양한 부품들과 변속기나 엔진 같은 모듈제품의 구매에 관심을 보였다. 인도에서는 중고가인 1200만원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마힌드라의 벤카테스와란 글로벌소싱 본부장은 “6년여 전부터 기어박스 등의 한국 부품들을 구매하고 있는데 중국산보다 비싸지만 품질이 월등하다”고 평가했다. 성우오토모티브, 대화연료펌프, 태주실업 등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도와 중국시장은 단가를 맞추기 까다롭다”면서도 “최근 중국 위안화 강세와 원화 약세로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소싱이 불러온 자동차산업의 구조변화는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국내 대기업들까지 긴장시키는 눈치다. 그동안 국내 부품 전시회를 외면해왔던 현대자동차, 포스코강판 등은 처음으로 자사의 전시 및 상담부스를 마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국외 현지법인이 늘어나면서 도요타처럼 폐쇄적인 부품조달 구조를 계속 가져갈지, 아니면 글로벌 소싱의 흐름에 동참할지 고민이 커졌다”며 “한편으론 우리가 키워온 부품업체를 외국업체들이 공유한다는 것도 꺼림칙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창원/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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