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방적으로 TV 화면을 보는 대신, 리모컨을 이용해 TV로 게임을 즐기거나 물건을 즉석에서 구매하는 양방향 데이터방송이 활성화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제공.
|
위성방송·케이블, 양방향 데이터방송 속속 선봬…양방향 광고·T커머스 활성화 기대 지금까지 TV 방송은 시청자에게 ‘강압적’이었다. 시청자는 방송국이 쏘는 방송을 일방적으로 볼 뿐이었다. TV 방송에 불만을 갖고 항의를 하려면 방송국 고객센터로 전화를 돌려야 했고, 화면 속 맛있는 음식에 군침이 돌면 동네 음식점 전화번호를 찾기에 바빴잖은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니, 세상이 바뀐다. 시청자가 TV 방송을 향해 ‘액션’을 취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 ‘양방향 데이터방송’이 그 시작이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얼마 전부터 고객의 가정으로 피자를 배달하고 있다. 외식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도미노피자와 손잡고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TV화면으로 즉석에서 피자를 배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피자 세트메뉴와 사이드메뉴, 음료 등을 선택하면 가까운 매장에서 집으로 곧바로 달려온다. 양방향 방송을 지원하는 셋톱박스를 보유한 100만 스카이라이프 고객이 우선 혜택을 본다. TV 방송을 시청하면서 부가적인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동형’ 서비스도 여러 가지다. 최근에는 애니원TV, 디즈니채널 등과 함께 TV를 보면서 오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와 어린이날 맞이 퀴즈 이벤트 등을 내놓았다. 스카이라이프는 앞으로 피자뿐 아니라 자장면이나 치킨 등의 음식을 TV로 주문하는 서비스도 내놓겠다고 했다. 4월 중에는 제일은행과 함께 TV 화면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TV뱅킹’ 서비스도 내놓는다. ‘보는 TV’에서 ‘노는 TV’, ‘쓰는 TV’로 바뀌는 것이다. 스카이라이프, TV로 피자 주문 서비스 시작
위성방송과 경쟁 중인 케이블TV업계도 양방향 서비스를 최근 도입했다. CJ케이블넷이 케이블방송업계에서 처음으로 지난 2월1일부터 ‘헬로우D’란 양방향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TV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극장을 검색하고 즉석에서 영화표를 예매하고 날씨·운세·영화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게임 서비스의 경우 한 화면에서 방송을 시청하면서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온라인게임처럼 여러 사람이 네트워크로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이처럼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들이 실제로 지금 이 시간에 우리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양방향 방송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히 ‘디지털 방송의 꽃’이라 이를 만하다. 사실, 양방향 디지털방송이 처음 등장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03년 5월이었다. 당시 스카이라이프는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진행 중이던 DVB-MHP(Digital Video Broadcasting-Multimedia Home Platform)를 채택해 날씨·운세·증권·부동산·게임·영어 등 모두 14가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TV 주문’ 서비스와 TV로 각종 고객 서비스를 처리하는 ‘T고객센터’ 등 모두 36가지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선 KBS 1TV 선거방송에 각종 선거 결과 데이터를 연동한 ‘터치 2004’를 선보여 시청자의 호기심을 즉석에서 풀어주기도 했다. 더욱 흥겨운 소식은, 양방향 방송이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앞으로는 TV화면을 보면서 리모컨으로 즉석 여론조사에 참여하거나, 축구 경기를 보면서 상대팀 전적이나 선수 정보 등을 검색해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옷이나 목걸이를 실시간으로 구매하는 ‘T커머스’도 가능해진다고 한다. 실제로 방송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데이터방송 정책방안을 발표하면서, TV 방송을 통해 발생하는 상거래 서비스인 ‘T커머스’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방송위에 따르면 T커머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유·무형의 상품을 파는 홈쇼핑 형태의 ‘상품판매형’ △TV뱅킹이나 주식거래, 주문·배달 서비스처럼 시청자의 편의를 위해 유·무형의 용역을 소개하거나 파는 ‘용역제공형’ △게임·영화·음악을 내려받거나 e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콘텐츠 제공형’ T커머스 등이다. 주요 사업자들도 속속 선정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용역 제공형 T커머스사업자 3곳을 선정했으며, 3월에는 10곳의 상품 판매형 T커머스사업자를 추가 승인했다(<표> 참조). 콘텐츠 제공형 T커머스사업자는 별도의 승인 없이 등록 과정만 거치면 정식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 이런 양방향 데이터방송 서비스의 등장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미심장하다. 앞서 보듯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하나 둘 생겨나는 것이 그 출발이다. CJ케이블넷을 시작으로 다른 케이블방송사업자들도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양방향 데이터방송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 안의 방송’으로 불리는 지상파 및 위성 DMB 서비스에도 데이터방송 채널이 마련돼 있다. 양방향 데이터방송의 활성화는 광고업계에도 희소식이다. 지금은 광고 제작사가 만든 광고를 일방적으로 보는 수준이지만,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되면 광고 뒤에 숨은 정보들을 리모컨 버튼으로 검색하는 일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 광고라면, 시청자는 TV화면의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리모컨 버튼을 눌러 자동차의 색상이나 가격, 사양 등을 즉석에서 검색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T커머스를 포함한 양방향 TV 광고시장 규모는 첫해인 2005년 530억원을 시작으로 시행 5차연도인 2009년에는 1조4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방송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방향 데이터방송 예상 수요도 조사에서 ‘많이 이용할 것이다’와 ‘어느 정도 이용할 것이다’라는 답변이 전체의 76.6%로 나타났다. T커머스 규모도 e커머스와 비슷하거나(34.5%) 더 클 것(29.5%)이라는 예측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망치로 봐선 어둡지 않은 결과다. 표준화·정책 지원 등이 활성화 관건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우선 ‘표준화’ 문제를 들 수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 위성방송이 잇따라 양방향 방송을 내놓을 경우 호환성 문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현재 지상파는 미국식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을 기반으로 한 ‘ACAP’ 방식을, 위성방송은 유럽식 ‘DVB-MHP’ 방식을, 케이블방송은 미국식인 ‘OCAP’ 방식을 데이터방송 기술표준 규격으로 삼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 재전송하게 되면 기술 표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양방향 방송을 시청하기 위한 셋톱박스 보급도 병행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온다. 양방향 TV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제대로 확산되려면 초기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규제보다는 서비스 및 사업 활성화 기반 조성을 위한 방안이 강조돼야 한다”며 “T커머스상의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되, 그 밖에는 사업자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은 상상을 넘어서기도 한다. 데이터방송의 본격화는 기존 방송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시청자의 생활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방송이 새로운 유통 채널이나 마케팅 통로가 될 것이다. 앞으로 2~3년 뒤, 우리가 알고 있는 ‘방송’은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즐거운 상상이 시작되고 있다.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