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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무단게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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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나는 프레젠테이션이란 하면 할수록 느는 기술이며, 어렵다고 안 하면 더욱 문제가 심각해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코치로서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는가? 나는 그에게 내가 아는 진실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한계에 도전하도록 요청했다. 그 한계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놓은 것일 뿐이다. 다만 강요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가 준비되었다고 느낄 수 있겠는지를 질문했다. 그는 우선 팀원들 앞에서 내부 PT를 해보겠다는 것, 항상 회의 진행을 깔끔하게 잘하는 동료 모 팀장의 노하우를 잘 관찰하여 적용점을 찾아보겠다는 것, 2개월 동안 PT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후 내부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자기가 준비되었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사실 기본 능력이 있는 사람이 초점을 분명하게 맞추고 끈기 있게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자연법칙이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못한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다른 직원들의 프레젠테이션을 격려하고 자세하게 피드백해 주는 사람이 되었다. 그가 싹을 틔웠고 곧 그만의 찬란한 꽃을 피울 것이라는 걸 예감하면서 그의 코치인 나는 행복하다. 상사들에게는 기본적인 ‘상사관’, 혹은 ‘직장 생활관’ 같은 것이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직업 경력을 통해 형성되어 온 것이고, 상사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며, 거쳐온 조직의 문화를 크게 반영한다. 물론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 미디어의 영향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하나의 패러다임이자, 매우 강력한 준거틀이다. 사건들을 그 패러다임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역할을 그 틀에 맞게 정의한다. 상사의 역할을 아주 대조적으로 나타내는 2가지 단어가 바로 ‘정비공’과 ‘정원사’다. 상사의 역할을 ‘정비공’으로 생각하면 상대방의 문제를 찾아 지적하고, 그것을 고치고, 억지로라도 그 틀에 맞춰내는 일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후배나 부하직원이 뭘 하나 잘못했을 때, 아니 잘못할 조짐만 보여도 ‘정비공’ 상사는 손에 스패너를 들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 상대에게 돌진한다. 반면 ‘정원사’ 상사는 부하의 내면에 꽃을 피울 씨앗이 있음을 알고 인정해 준다. 싹을 빨리 틔우라고 재촉하거나 빨리 자라라고 줄기를 잡아당기지 않고 기다려줄 줄 안다. 정원사가 하는 일의 핵심은 제때에 물을 주고 가지를 치며 스스로 나무가 올라오도록 북돋아주는 것이다. 이 새 봄에 직원들을 믿고 북돋아주는 정원사 상사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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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은 =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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