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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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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와 경제적 보수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할 때, 그 인과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부유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의 화장품, 피부관리, 운동, 성형수술을 할 여력이 많으므로 “임금이 높기 때문에 외모가 뛰어나다”라는 인과가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연구자들의 일관된 결론은 이 방향의 인과관계는 높지 않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꾸는 것을 통한 외모의 개선은 한계가 아주 높고, 두 번째로 소득의 격차가 발생하기 이전의, 경력이 낮은 상태의 노동시장에서부터 임금과 외모의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이다. 반대방향의 인과관계에 대해선 2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로 “나는 잘생긴 사람이 좋아”라는 고용자의 편견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이 생산성이니만큼 잘생긴 사람이 생산성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외모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직업인 모델 같은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외모가 곧 생산성이다. 그 외에도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듯이 소비자를 직접 설득해야 하는 직업, 예컨대 판매원이나 음식점의 웨이트레스 등도 외모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것은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 것과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외모가 빼어난 판매원을 더 신뢰하고, 주당들이 외모가 빼어난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주점에서 더 많은 돈을 쓴다면, 고용주에게 있어서 이들의 외모는 곧 생산성이다.) 앞의 연구들도 외모가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직업일수록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는 직업, 예를 들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무원에서도 비록 정도는 낮지만 외모가 뛰어날수록 임금이 높은 경향은 어떻게 설명할까? 이들 연구자들은 얼굴, 체형, 신장 등이 뛰어난 사람들은 주위 환경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성격이 형성되어 이것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여성의 경우 외모의 차별이 남성의 경우보다 더 심하다는 인권위의 조사와는 달리, 생김새가 하 범주에 속한 남성이 받는 경제적 피해가 같은 범주에 속한 여성이 받는 경제적 피해보다 더 크다는 위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위의 연구자들은 남성의 경우는 외모가 많이 떨어져도 직업 자체는 구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는 직업 자체를 구할 수가 없어서 아예 조사집단에서 빠져버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서민자 간사는 여성주의 웹진 <일다> 기고문에서, “여성. 예뻐야 함. 백인이고 날씬할 것. 모델까지는 아니어도 보기에 예뻐야 함. 대부분의 수강생은 성인 남성임. 이들과 섹시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함.”이라는 한 외국어 학원의 강사채용공고에 대해 불법임을 지적하면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사회적 신화로 존재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이 학원의 채용 기준과 공고문은 역겨울 정도이다. 법적 제도적 수단을 통해서 순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말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옳든 그르든, 경제적 실상을 강력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별금지법만으로 외모의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외모가 빼어나지 못한 나로서는 우울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래저래 경제학은 우울한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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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경영컨설턴트 rcolboy.egloos.com = 1967년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기업 재무관리 시스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홍대 앞 카페에서 커피와 보드카를 마시며 수다 떨기를 유난히 즐긴다.
Futur Anterieur(푸뚜앙떼리요르)란 = ‘前미래’란 뜻으로, 미래 어느 시점의 특정한 변화나 행동을 위해서는 그에 선행하는 또 다른 미래의 변화나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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