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07 19:16
수정 : 2008.05.0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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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장 대폭 교체
일괄사표 처음…한달이상 업무공백 예상
후임 인선 ‘이명박표 낙하산’ 우려 목소리
지난달 10일께 시작된 금융공기업 ‘일괄사표’ 사태가 한 달 만인 7일 일단락됐다. 금융위원회는 청와대와 협의 끝에 12명의 기관장 가운데 8명의 옷을 벗겼다. ‘금융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번에 유임된 4명 가운데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2명은 이미 지난해 12월 말 이명박 정권 인수위와 협의 아래 선임돼, 처음부터 교체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이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ㄱ씨와 인척 관계라, 처음부터 흔들림 없는 ‘상수’였다는 후문이다.
이번 ‘재신임 국면’은 앞으로 어떤 후임 인사로 빈자리가 채워지는지에 따라 최종 평가를 받겠지만, 이날 나온 심사 결과만으로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많이 남겼다.
무엇보다 재신임 심사의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언뜻 ‘재임기간 1년’이 기준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이철휘 사장 등 3명은 재임기간이 5~6개월이다. 반면 박병원 회장 등 우리금융지주 쪽 4명은 모두 지난해 3월 임기를 시작해 1년을 넘겼다. 6개월과 1년의 차이가 그만큼 결정적인 것인지 의문스런 대목이다. 유임된 4명 모두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초기 알려진 ‘관료 출신 무조건 배제 방침’은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유임 여부가 불투명했던 윤용로 행장이 생환한 것도 이유가 불분명해 여러가지 추측만 무성한 실정이다.
금융위는 이날 재임기간 등의 다른 기준과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 정도’를 기준의 하나로 꼽아 논란거리를 낳았다. 공기업은 정치적 지향성보다는 공공성 및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최우선적인 당위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박병원 회장은 지난 정권 시절 노 정권 쪽과 많이 부딪치기도 했다”며 “코드로 따진다면 지난 정권보다는 현 정부 쪽에 가까워 보이는데 교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일괄사표라는 첫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끈다. 금융위는 이날 짤막한 보도자료를 통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신임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받는 것이 조직발전의 동력 확보 등 여러 면에서 타당하다”는 배경설명을 했다. 하지만 5년마다 새 대통령이 공기업 기관장의 재신임 여부를 심사한다면 3년이라는 법정 임기(공공기관운영법)는 사문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관장이 유임된 금융공기업의 부장급 관계자는 “새 기관장이 와도 초기 6개월과 임기말 6개월은 실제 일이 굴러가질 않아 3년 중 실제 일하는 건 2년”이라며 “기관장 교체는 경영 안정성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업무 공백도 문제다. 재신임 심사가 늦어지면서 벌써 한 달을 보냈는데, 교체된 기관장을 채울 새로운 선임 절차를 밟는 데 또 한 달 이상 걸릴 전망이다. 업무 파행은 더 길어지는 것이다. 특히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전문성보다는 이명박 정권과 맺고 있는 ‘인연’이 더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 벌써부터 ‘이명박표 낙하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높게 일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인사를 하게 되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나오면 평가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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