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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물가, ‘금리’ 기름 끼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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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오늘 금리인하 여부 결정
한국은행이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주변 사정은 만만치 않다. 통화량이 급증하고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로 치솟고 있다. 원자재값 급등, 환율 상승, 통화량 증가가 맞물려 물가 관리에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금리까지 내릴 경우 불타는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유값 상승에 원·달러 환율까지 1020원대금리인하땐 물가상승 부채질 ‘인플레’ 우려 ■ 원자재값·환율·통화량 비상 한국은행이 7일 내놓은 ‘3월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과 ‘4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11% 안팎에 머물던 광의통화(M2) 증가율이 1월 12.5%, 2월 13.4%, 3월 13.9%로 상승했다. 4월에는 14%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1999년 6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정부가 하반기에 4조8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경우 통화량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원자재값과 원-달러 환율도 심상치 않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말 배럴당 85.66달러에서 113.25달러으로 32.2% 오른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도 7일 11.6원이나 급등하면서 1026.1원으로 올라섰다. 지난해말 936.1원과 비교할 때 4개월여 만에 8.77%나 상승한 수치다. 원자재값 상승-환율 상승-통화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물가가 급등하는 양상이다. ■ 금리인하 마지막 빗장 푸나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는 0.08% 가량 오르게 된다. 국제 원유값은 1% 상승하면 0.02%, 정책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물가는 0.24% 오르는 것으로 추정돼 있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할 때 환율로 0.7%, 원유값으로 0.64%의 물가상승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다 곡물, 철, 비철금속을 포함한 기타 원자재값 상승까지 감안하면 추가적인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리까지 가세한다면 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금통위가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린다면 0.25%포인트씩 3~4번은 내려야 효과를 보게 된다. 금리를 1%포인트 내린다고 할 때 금리로만 0.24%포인트의 물가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금리를 내릴 경우 더 이상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52개 특별 관리품목까지 선정해놓고 물가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환율과 금리 등이 구조적으로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자극 우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다. 금통위가 금리를 내릴 경우 사실상 물가관리를 포기했다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 기업들은 원가 상승분에 더해 앞으로의 물가상승분까지 감안해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된다”며 “심리적으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게 되면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물가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잘못 하면 4%대 경제성장, 5%대 물가상승이라는 결코 원치 않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값과 환율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내린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경기 위축을 고려한 금리인하는 더 지켜본 뒤 단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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