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08 19:44
수정 : 2008.05.08 23:20
한은, 정부 압박에도 금리 동결
하반기 추경 재추진 가능성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잘해야 4.5%라고 밝힘에 따라 애초 약속한 성장률 6% 달성에 고심하고 있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이미 예상됐던 것이지만 경제 전망과 관련해 가장 공신력 있는 한국은행이 4%대 초반 성장률을 공식화함에 따라 현정부 경제팀이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통화위원회가 정부 기대와 달리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인하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해 ‘열석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전방위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해 왔다. 또 새 정부 들어 임명된 금통위원 세 명이 금리인하에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물가안정을 지키려는 한국은행의 판정승이었다.
이성태 총재는 나아가 기획재정부와의 시각 차이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성장률 하나만 가지고 경제정책을 잘했다, 못했다 평가할 수는 없다”, “국가간 금리 격차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며, 국가 사정에 따라 금리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말해 성장률 끌어올리기에만 매달리는 정부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결국 지금같이 원자재값이 오르고, 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구상은 환율 상승, 금리 인하,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그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1%포인트 가량 인하하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36% 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0.7% 포인트 높아지며, 추경도 성장률을 일정 수준 끌어올릴 수 있다.
환율은 이미 지난해 말 대비 12% 가량 오른 상황이어서 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을 단행 하면 4%대 초반에 머물 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단 5%대 중반 성장률을 달성한다면 애초 목표였던 6% 안팎에는 미달하지만 정부가 어느 정도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율 상승 외에는 정부 의도대로 맞아들어가는 게 없는 상황이다. 추경은 이미 한나라당에서부터 반대에 부닥쳐 일단 한발 뒤로 물러선 상황이다. 금리인하도 급등하는 물가 때문에 한국은행이란 두터운 벽에 부딪혔다. 감세의 효과는 장기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환율도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 급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결국 올해 성장률은 4% 초반으로 주저앉느냐 아니면 5%를 턱걸이 하느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4%대 성장률을 원하지 않는 정부로서는 하반기에 추경을 재추진해서라도 5% 턱걸이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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