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N 불공정 횡포 ‘솜방망이’ 제재 논란
|
공정위, 포털 독과점 남용 제재
다음 ‘바터광고’도 무혐의 처리NHN “시장지배사업자 규정 부당” “소리가 요란했던 것에 비춰보면 조사결과가 별 게 없다.” “인터넷은 진입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시장이어서 세계적으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사례가 전무한데 제재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8일 인터넷 포털업체들의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은 뒤 제재 수위의 적정성과 향후 관련 시장에 끼칠 영향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가장 큰 관심은 최대포털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이었다. 압도적인 검색서비스 점유율을 무기로 소규모 콘텐츠 공급업체들과의 계약 과정에서 부당한 조건을 강요한다는 불만이 높았지만 지금껏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공정위가 처음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는 등 제재를 내림으로써 앞으로는 본격적인 감시와 견제를 받게 됐다. 조사 결과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포털의 불공정 행위가 일부 확인됐다. 엔에이치엔이 손수제작물(UCC) 업체들과의 계약에서 네이버 검색을 통해 유입된 이용자들에게는 동영상 선광고를 노출시키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것이 대표적이다. 김상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인터넷 포털 분야에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이번 조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엔에이치엔이 앞으로는 공정위와 시장의 감시·견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신규사업에서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엔에이치엔 쪽도 “인터넷포털 시장에는 다양한 사업영역이 있는데 공정위가 검색, 메일,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콘텐츠 시장만 가지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했다”며 반발했다. 공정위 제재 수위와 관련해서는 애초 예상보다 가볍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는 9건의 불공정 거래 혐의를 심의해서 5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는데, 일부 사안은 다소 석연찮은 대목도 있다. 특히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뉴스 공급업체로부터 뉴스콘텐츠를 구입하면서 그 대가로 자사의 인터넷 광고를 구입(바터광고)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졌으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서로 필요해서 한 계약이었다는 것이 이유다. 계열-비계열사 차별 혐의도 경쟁 제한성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인터넷 포털에 대한 첫 제재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의 한 비상임위원은 “공정위 조사가 충분치 않은 측면이 있는데다, 앞으로 더욱 성장해야 할 인터넷 사업을 자칫 위축시킬 위험성도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박현정 기자 jskwak@hani.co.kr
전문가들 의견 “포털 폐쇄적 운영 자성 계기를”
“법적인 규제만 강조땐 무리수” 공정위의 조사를 계기로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터넷 포털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의 필요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포털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경제적·학문적 영역에서의 포털에 대한 분석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포털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기존 법의 잣대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리적 논쟁에만 그쳐 오히려 소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희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인터넷정보관리부장은 “포털이 영향력에 비해 책임을 외면한 부분을 법으로만 규제하려다 보면 정부가 포털을 길들인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규제를 하자는 주장이 강해지는 것은 포털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포털쪽의 자성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온라인 광고 시장이 조 단위로 커지고 있어 포털에 대한 규제와 진흥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법적 준비가 필요하다”며 “포털 쪽에서도 투명 거래나 새로운 수익 배분 모델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 이외에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인터넷 생태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네이버, 다음 등은 자사 서비스에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콘텐츠를 가둬두고, 특정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으면 이를 흡수하거나 직접 시장에 진출해 인터넷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폐쇄적 환경은 결국 포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중태 마이엔진 이사는 “포털의 개방성이 확대되면 주변 중소 업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그 사례로 플랫폼을 열어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게 했던 미국의 페이스북 사례를 들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NGO학)는 “포털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이용자 수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용자들의 견제와 감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 교수는 “이용자들의 저작물을 포털이라는 틀 안에만 가둬두는 데 대한 문제제기는 이용자들의 권리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기자 saram@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