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2 19:55
수정 : 2005.04.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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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종합청사 구내식당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맨 오른쪽)를 비롯한 관계장관들이 모여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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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발표한 ‘국채시장 활성화 방안’은 장기 국채의 비중을 늘려 자금흐름의 단기화를 막고, 상품도 다양하게 만들어 개인 등 다양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자는데 목적이 있다.
국가에서 공공사업 추진 또는 재정수지 불균형 등을 보전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의 수익률은 모든 금융상품의 가치를 따지는 기준이 된다. 이를 지표금리라고 하는 데, 우리나라는 국고채 만기 3~5년물이 기준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고채 종류도 적고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작은 시장 충격에도 금리가 급변동하고 수요 공급 등 시장요인이 아닌 요소에도 큰 영향을 받는 등 가격결정의 왜곡현상이 심했었다. 지표금리가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작용은 다른 금융상품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전체 자금시장의 왜곡을 부른다. 따라서 채권 수요를 늘려 기반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 국채 수요늘리기 성공할까? = 정부가 이번에 도입하는 ‘국채 스트립’ 제도는 한마디로 국채 상품 종류를 다양화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국고채의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거래하는 제도로 이미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 운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6개월마다 한번씩 이자가 지급되는 3년만기 국고채는 원금과 이자가 붙어있는 1개의 채권이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는 내년부터는 원금 채권 1개와 6개월 단위의 이자채권 6개 등 7종류로 나뉜다. 현재는 국고채 거래 물량이 100억원 단위라서 사실상 기관투자자들만 참여할 수 있으나, 제도가 도입되면 2~3억원 단위의 이자채권이 나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그러나 에스케이증권 양진모 연구원은 “금융기관들이 다양한 간접상품 형태로 개인들의 채권거래를 유도할 수는 있겠으나, 채권은 기본적으로 일부 ‘큰 손’ 개인을 제외하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고 거래 금액도 여전히 커 일반 개인의 참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목표는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자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외국인투자등록제도 등을 적극 개선하고 미국 투자자의 우리 국채선물 직접투자를 위한 여건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98년 7월부터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가 전면 개방됐으나, 아직 외국인의 채권시장 투자비중은 크게 부진하다. 2004년말 현재 외국인투자 비중은 주식시장은 42.3%에 이르지만, 채권시장은 0.5%(국채 0.8%)에 불과하다.
■ 장기채권 왜 유도하나? = 이번 정부안의 또 다른 주요 내용은 장기채권의 활성화다.
채권 거래가 주로 만기 3년물과 5년물로 한정돼 있어,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자금의 단기화도 부추긴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현재 지표금리를 10년물로 삼고 있는 주요국과도 괴리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10년물 국채의 발행물량을 늘려가고 내년 이후엔 15~20년 이상의 초장기 채권 발행도 검토하기로 했다. 채권 보유자에게 물가변동분을 이익으로 되돌려주는 물가연동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것은 이 장기채권의 수요를 늘려가기 위한 유인 장치인 셈이다. 정부가 장기채권 발행 활성화를 유도하는 데에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기업연금제도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연금이 도입되면 이 연금을 흡수할만한 마땅한 투자 상품이 어차피 안정적인 장기국채로 몰릴 수 밖에 없다.
증권연구원은 기업연금 시장이 오는 2015년에 188조8600억원에 이르고, 국채시장 투자비중이 오는 2025년 66.6%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즉 기업연금의 채권독식을 막고 시장안정을 위해서도 10년물 시장을 키워놔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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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란?
국채란 세금 수입이 부족할 때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이를테면 정부가 지고 있는 빚인 셈이다. 국고채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국민주택채권 등이 있다. 외환위기 극복과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대응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1997년 말 28조원이던 국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에는 18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채 가운데는 정부의 집행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되는 국고채가 전체의 67%를 차지해 가장 많다. 국고채는 시장실세금리로 발행되는데, 3년만기 국고채 이자는 우리나라의 시중 자금사정을 보여주는 기준금리로 사용되고 있다. 국고채의 하루 유통 규모는 지난 2000년 말 8750억원에서 지난해 말 약 4조2천억원으로 4년새 5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 규모에 견줘 국채발행 규모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 2003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국채 발행 규모는 19.5%로, 미국(45.7%)이나 독일(42.6%), 영국(28.4%)보다 작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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