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1 19:43
수정 : 2008.05.11 23:47
|
지아르아이의 에른스트 릭터링겐 대표가 연설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성과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2008 GRI 국제 콘퍼런스
스웨덴·중국 등 사회적 성과 보고 의무화
기업 이미지에 큰 영향…“세계표준 필요”
“투명한 사회적 성과 보고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지난 7~9일(현지시각) 열린 ‘2008년 지아르아이(GRI) 국제콘퍼런스’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1000여명의 기업인, 금융 전문가, 학자, 비영리기구 활동가 등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기업이 환경·노동·인권 등 사회적 성과를 보고서에 투명하게 공개하면 기업 자신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했다. 지금까지 주로 회계에 초점을 맞췄던 ‘기업 투명성’의 지평이 ‘사회적 투명성’으로 넓어진 것이다.
■ 지속가능성과 투명성 기업 투명성은 시장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기본 조건이다. 투자자가 기업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어야 돈이 효과적으로 투자되면서 전체 경제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매출이나 이익 같은 재무성과 정보를, 공시를 통해 제대로 알리는 것을 기업투명성의 핵심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 기업투명성은 재무성과나 반부패 같은 영역뿐 아니라 사회적 성과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해졌다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등 환경 성과, 비정규직 고용비율 같은 노동관련 성과를 재무 성과처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투자자나 소비자는 이제 재무 성과 뿐 아니라 사회적 성과를 통해 기업을 판단해 투자 및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
주요국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
|
■ 보고의 의무화 기업이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알리는 지속가능경영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표준화된 보고를 의무화한다면, 사회적 성과 보고서는 투자자와 소비자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스웨덴은 올해 초부터 60여 개 정부소유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를 의무화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정부소유 기업 및 상장 대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마우드 올로프슨 스웨덴 부총리는 “회계기준이 표준화돼 전세계에서 통용되듯, 사회적 성과 보고 기준도 세계 표준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중소기업으로 확산 지금까지 지속가능경영이나 사회적 책임경영은 여유있는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중소기업도 사회적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국적 스포츠용품 업체 푸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협력업체 임파흘라를 지원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하고 있다. 협력 업체가 환경, 노동, 인권 등을 얼마나 고려해 경영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다.
■ 시장이 움직인다 사회적 성과의 투명성은 결국 시장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다. 그런데 기업을 둘러싼 두 개의 큰 시장인 금융과 소비자 쪽에서 변화가 움트고 있다. 지아르아이가 전세계 투자자·소비자·엔지오(NGO) 활동가 등 2천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읽은 사람의 90%가 그 기업에 대한 자신의 시각이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류 하워드 이사는 “환경 등 성과는 기업이 얼마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
☞ 지아르아이(GRI)란?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약자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의 국제 표준을 만든 독립적 비영리 국제단체다. 1997년 ‘세리즈(CERES: 환경에 책임을 지는 경제를 위한 연합)’와 유엔환경계획이 함께 설립했다. 2006년 세 번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현재 1490개 기업 및 비영리기관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것으로 지아르아이 쪽은 집계하고 있다. |
|
|
암스테르담/글·사진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