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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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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투자 안하면 성수대교 붕괴같은 참사”
김재섭 기자 뒤집어 보기 /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이 실패하는 첫째 원인은 실력이 부족해서입니다. ” 안철수연구소의 설립자이자 현재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씨가 지난 7일 귀국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 말이다. 그는 2005년 안철수연구소의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 유학 첫 해에는 스탠포드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일을 배웠고, 이후 2년 동안은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영자 엠비에이 과정을 밟았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내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 자갈이 드러나는 것처럼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내가 성공한 벤처기업가 소리를 들었으니, 우리나라의 벤처기업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특히 벤처캐피털에서 일을 배우면서 우리나라 벤처기업 경영자와 실무자들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은 그동안 어려울 때마다 ‘남 탓’을 해왔다.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이 부족하고,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때문에 벤처기업이 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해왔다. 실력이 부족해 실패했다고 반성하는 모습은 어느 업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실력 부족을 고백하는 안철수 이사회 의장의 태도는 남 탓을 주로 해온 국내 벤처기업가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안 의장은 해킹을 당해 우리나라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천여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옥션 사태에 대해서도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나 기업들은 정보기술 예산의 10%를 보안에 투자한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의 보안에 대한 투자는 정보기술 예산의 1%도 안된다. 미국이 보안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별 정부기관이나 기업 차원에서는 해킹 공격을 받지 않는 요행을 바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요행을 기대하면 안되고, 통하지도 않는다.” 안 의장은 “우리나라도 이제 국가 차원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를 버리고 위험을 관리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서두르지 않으면 성수대교 붕괴로 망신을 당했듯이, 정보화와 정보기술 쪽에서도 그동안 쌓은 ‘강국’ 이미지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킹은 주로 장난으로 이뤄졌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긴 했으나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돈벌이 수단으로 해킹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옥션 회원의 개인정보처럼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만한 정보를 갖고 있는 곳이 해커들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 안 의장은 1990년대 후반 벤처 바람이 일 때 “벤처기업 가운데 95% 이상이 곧 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컴퓨터 2천년(Y2K)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는 “괜한 호들갑”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입바른 말 때문에 그는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그의 지적은 모두 사실로 판명됐다. “앞으로도 할 말은 하겠다.” 안 의장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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