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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1 19:02 수정 : 2008.05.21 19:03

기관장 인사 ‘입맛대로’ 노골화

공기업의 자율·책임 경영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3월 공식 출범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출범 1년여만에 정부의 ‘허수아비’ 위원회로 전락할 위험에 빠졌다.

기획재정부는 21일 공공기관운영위 민간위원 9명 가운데 3월에 신규 위촉된 3명을 제외한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제출토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표 제출 요구는 새 정부 들어 진행된 공기업 기관장과 국책연구기관장 일괄 사표 제출과 마찬가지로 새 정권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운영위 위원도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 등을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조처는 지금까지 이뤄진 공기업 기관장과 국책연구기관장의 일괄 사표 제출 요구와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운영위 구성을 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운영위 위원들의 3년 임기 보장은 물론, 해촉 사유까지 엄격히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률 9조 4항은 해촉 사유를 △심신장애에 빠져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직무태만, 품위손상 행위를 저지른 경우 △형사사건으로 기소됐을 경우 등 세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해촉 요구 권한도 정부가 아닌 공공기관운영위원장에게 주고 있다. 결국 정부가 법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사표를 요구했다가 볼 수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표현보다는 권유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운영위의 업무 특성을 따져보면 정부가 추진중인 공기업 기관장과 국책연구기관장 교체를 정부 입맛대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기관 운영위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임원의 임명과 해임, 경영실적 평가,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행정학 전공 교수는 “정부가 공기업등의 기관장 교체 작업을 한결 수월히 진행하기 위해서 취한 조처인 것 같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운영위 위원들의 재신임을 묻겠다면, 운영위는 물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마저도 무력화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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