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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4 20:18 수정 : 2005.04.24 20:18



소매·주택경기등 지표 ‘빨간불’
‘중국발’ 원자재값 상승도 악재
“한국경제 회복기대 찬물” 우려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지표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그나마 수출로 버티면서 내수 회복을 기대하던 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발목이 붙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안정을 찾아가던 국제 유가는 최근 며칠째 다시 가파르게 오르며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세계 증시는 이런 불안감을 반영해 반짝 상승하는 듯 했다가 다시 주저앉는 모습을 되풀이 하고 있다.

세계경기 쥐고 흔드는 미국 소비=유난히 악재가 많았던 지난해 세계경제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소비가 그나마 지탱해 준 탓이 크다. 약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역적자를 눈덩이처럼 불리는 요인이 되긴 했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값싸게 밀고 들어오는 중국산 소비재 등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한국, 대만 등은 미국에 직접 수출을 늘려가는 한편으론 세계 공장구실을 하는 중국에 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해 큰 재미를 봤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 버팀목인 소비부문에서 ‘빨간불’이 켜지면서,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있다. 미국 주요 소비지표인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3월 88.7로 지난 2003년 9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3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3% 오르긴 했지만 미국에서 고정소비 성격이 강한 휘발유 판매 등을 제외하면 0.1% 감소했다. 또 미국 주택경기도 수그러들고 있다. 3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전달보다 17.6% 떨어졌다. 감소폭이 지난 1991년 이후 14년만에 최고치다.

미국의 소비 불안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긴 했지만, 미국의 소비는 우리나라 수출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중국에 대한 원자재나 자본재 수출의 70~80%가량은 중국을 경유하는 대미 수출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의 소비침체는 중국산 제품의 단가하락을 부추겨, 국내 기업들의 수출의 질(채산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경기선행지수는 미국발 소비침체 우려와 유럽, 일본의 부진한 경기 영향으로 3개월 연속 상승을 마감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지수는 한국 수출의 선행지표라고 부를 정도로 외환위기 이후 정확하게 일치하는 성향을 보여오고 있어,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의 둔화를 알리는 ‘경고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홍춘욱 한화증권 분석가는 “미국 소비심리 위축은 유가 급등에서 시작됐는데, 거기에다 아이비엠, 포드 등 미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마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력 감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 한국, 대만 등 수출 주도국들의 거센 도전에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설비투자 축소’는 ‘고용 감소→소비자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소비부진 단계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원자재 값, 금리 향방이 변수=다음달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또 한번 인상할 지 여부도 향후 미국 경기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소비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플레 압력의 고민을 털어놨던 연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3월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6% 상승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폭으로 오르는 등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합의로 이달 중순 배럴당 50.2달러(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로 떨어졌던 유가는 지난 22일 다시 54.4달러로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의 수입비중이 높은 중동산 두바이유도 이날 배럴당 47.1달러로 전날보다 0.55달러 상승했다. 유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은 ‘에너지 블랙홀’ 중국이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9.5%에 이르면서 국제 원유 ‘싹쓸이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1~2월 들어 잠시 주춤하던 중국의 원유수입은 3월 들어 큰 폭으로 늘었다.

김선태 씨제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지난달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 압력에 숨통을 텄지만, 다시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한국수입업협회가 발표한 국제 원자재 수입가격지수(1995년 12월=100)는 지난달 174.71로 사상 최고치였던 2월보다 13.25포인트 상승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은 미국의 물가인상을 부추겨,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그러면 미국은 다시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고,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다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미국 소비심리 위축에서 비롯된 세계 경제의 불안한 흐름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어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에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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