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자인학교 워크숍 현장
“산학프로젝트 다양하게 진행”수강생들 미국 진출 줄이어 난 23일 서울 논현동 사디(SADI·삼성디자인학교)의 갤러리. 스위스 바젤 대학의 마이클 레너 교수가 사디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 ‘인터랙티브 월 페이퍼’의 실제 적용사례를 각자 발표하는 자리였다. 세계적인 교수 앞에 선 탓일까, 학생들은 조금 긴장한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자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매끄러운 발음은 아니지만 영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크게 부족함은 없어보였다. 공중 화장실 남자 변기 앞에서 볼일을 보기 시작하면 벽에 꽃이 피었다가 볼일이 끝나면 사라지게 한다는 한 학생의 아이디어는 반짝거렸다. 애플과 아이팟의 대성공 이후 ‘디자인경영’이 전세계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며 4년제 대학 미술대에 갇혀있던 디자이너의 교육과 양성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대학 학력이 인정되는 것도 학비가 공짜인 것도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지원이 몰리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를 다수 배출하고 있는 ‘사디’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3개 전공에서 100명의 학생을 뽑는데,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기업·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다니다가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러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절반쯤 된다. 그리고 40%가 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곧장 이곳을 선택했다. 이날 후배들의 워크숍을 참관하러 온 박영하씨도 그랬다. 지난 97년 고교 졸업 직후 사디 3기로 들어온 그는 2년간 사디에서 배운 학점을 뉴욕의 유명 디자인학교 파슨스에서 그대로 인정받아 3학년에 편입했다. 그는 “되도록 빨리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사디와 파슨스의 학점 교환이 큰 매력이었다”며 “막상 파슨스에 가보니 사디의 교육이 훨씬 강도 높더라”고 웃었다. “삼성계열사 시이오들한테 직접 이야기를 듣거나 산학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는 건 대학에서 찾기 힘든 사디 같은 기관만의 특징”이라고 그는 말했다. 졸업 직후부터 그는 조나 디자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뉴욕 소호에서 열렸던 백남준의 마지막 퍼포먼스에 참가하는가 하면 올해엔 가수 비가 초청됐던 ‘타임100’ 행사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선 <뉴욕의 보물창고>라는 책을 내 베스트셀러에 올렸고, 신인가수 어쿠스틱 퍼퓸의 데뷔앨범 디자인작업도 진행중이다. “요 몇년간 한국 기업들의 제품 디자인 감각이 미국에서도 통하며 지명도가 부쩍 높아졌다”면서도 “세계적으로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인데 아직 우리나라는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나누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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