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27 19:01
수정 : 2008.05.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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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 엘지전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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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 엘지전자 부회장
‘기술보다 마케팅과 고객을 아는 기업으로 인정받겠다.’
지난해 초 취임 뒤 엘지전자의 ‘르네상스’를 지휘해온 남용(사진) 부회장이 29일 사업 조정과 기업문화 혁신으로 5년 안에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용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엘지전자의 미래상에 대해 다소 과격해 보이는 ‘국적없는 마케팅 회사’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이것이 “연구개발이건 판매건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객 인사이트’를 찾아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놓는, 마케팅 투자를 중요시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술혁신도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발견하는 ‘고객 인사이트’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엘지전자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나이키도 제조업체라기보다는 브랜드를 가지고 마케팅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 아니냐”고 말했다. 마케팅 예산은 지난해 대비 4억달러 가량 늘어난다.
엘지전자는 또 5년 내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방침도 밝혔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톱3 안에 들어가지 않는 사업에 대해선 사업 철수부터 매각·아웃소싱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피디피 모듈은 “대규모 투자는 없고 경상투자도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고, 피시·엠피3에 대해선 “휴대전화와 기술적으로 시너지가 발휘되는 부분은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생산 자체는 점차 아웃소싱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분야나 에너지·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엘지전자의 미국 지이(GE) 가전부문 인수 가능성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외국인 임원들을 영입한 남 부회장은 “앞으로 3~4년내 82개 국외법인장 가운데 30%를 현지인으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전자에선 잇단 외국인 및 외부인사 영입과 조직개편으로 사내에서 흔들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고참 차장이나 부장 등 500명 정도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것 같다”며 “이들에게 다른 기회를 부여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생산성을 높여 남는 인력들을 협력업체 현장에 투입하는 필드컨설턴트·치프컨설턴트 제도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그는 “협력업체의 원가구조를 무시하고 쥐어짜는 건 더이상 안된다”며 “원가구조의 이해에 머물 게 아니라 그 구조를 좋게 하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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