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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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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자회사 재통합 배경
‘전기요금 이상’ 불안 의식…청와대 주도로 추진
한국노총 관계도 고려한 듯…인력조정 불가피
전력산업 민영화는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온 것이지만, 실제 진척은 느렸다.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노동계의 반발이 컸던데다, 민영화가 이뤄지면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시키지 못해서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달 중순 발표할 공공기관 개혁안에서도 “전기·가스 등 에너지 산업이나 도로, 상수도 등 공공서비스 악화가 우려되는 부문은 민영화 대상에서 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발전 자회사들을 한전에 재통합한다는 방침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민영화로부터 확실히 발을 빼는 이 방안은 최근 청와대 주도로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반응으로 볼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민영화 추진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럴 바에야 민영화 우려를 확실히 잠재우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덧붙여 한전 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305개 공공기관 구조조정안에 정책연합 상대인 한국노총까지 반대하고 나서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계획은 출발부터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민영화가 어렵다면, ‘대형화’를 통해 한전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전기요금을 안정시키고, 전력 수급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 에너지 시장은 국영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의 시노펙이나 브라질의 페트로브라 등 에너지 국영기업들은 주식은 상장하되 경영은 국가가 하는 형태를 취한다”며 “한전을,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전이 발전부문을 갖는 회사가 될 경우 해외 진출에 상당한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한전 재통합 계획에는 논란이 일 대목도 있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을 맡는 한국수력원자력까지 한전에 재통합하고, 이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급등으로 발전단가가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노동계의 반응도 관심거리다. 현재 조합원이 1만6천명 가량인 한전 노조는 상급단체가 한국노총이지만, 5개 발전 자회사(조합원 7천명)는 민주노총이 상급단체이고, 한수원(4800명)의 경우 상급단체가 없다. 한국노총쪽은 조직 측면에서 득을 볼 수 있으나, 민주노총쪽은 세력 축소에 직면할 수 있어 노-노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재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경영자 자리가 여섯 개나 줄어드는 까닭에, 한전 자회사 경영진들은 통합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통합 때 비효율적인 부문을 철저히 제거할 수 있는 경영진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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