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경제연구원 보고서
성공후광효과
카리스마
마마보이 윤종용 삼성전자 전 총괄대표, 남용 엘지전자 대표 등 요즘 우리나라에도 ‘스타 시이오(CEO)’들이 적잖다. 이들이 갖고 있는 카리스마나 업무장악능력 덕에 슈퍼스타 시이오의 말 한마디에 시장과 기업이 출렁이기도 한다. 하지만 ‘슈퍼 시이오의 왕국’에도 함정이 있다. 4일 엘지경제연구원 김영건 선임연구원의 보고서 ‘슈퍼 시이오의 그늘’에 따르면 “카리스마 넘치는 시이오에 의존하는 조직은 전략을 실행할 만한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력과 리더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경향이 최근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경우 2차 대전 뒤 30여년 동안 ‘경영자 자본주의’ 시대를 거쳐 80년대 이후 불어닥친 불황을 배경으로 주주 자본주의가 도래하며 시이오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최근 다시 이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꼽는 슈퍼 시이오의 함정은 4가지다. 우선 슈퍼 시이오들이 대부분 자신의 성공 방식을 다른 영역에 그대로 적용하려 하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를 놓치는 ‘성공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또 엔론의 제프 스킬링의 예에서 보듯이 언론의 찬사와 성공 신화로 인한 ‘후광효과의 함정’에 빠질 경우 이들에 대한 비판이나 견제가 무력해지면서 기업을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할 위험이 크다. 특히 이들 리더들은 홀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카리스마의 함정’은 시이오 교체 과정에서 리더십의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함정들을 모두 극복하고 능력있는 후임자를 임명하더라도 전임 시이오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려움에 처하면 전임자를 경영에 복귀시키는 ‘마마보이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제리 양을 다시 시이오로 불러들인 야후나 마이클 델을 불러온 델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장이 이들의 복귀에 거는 기대는 높지 않은 형편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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