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4 19:36
수정 : 2008.06.0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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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연체 급증…은행 ‘나 떨고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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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민감·에너지관련 업종 연체율 치솟아
“하반기가 더 걱정”…금융부실 우려 확산
하반기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점검에 부산을 떨고 있다. 최근 2~3년간 늘려온 각종 대출의 부실화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들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중기대출발 금융부실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5월말 기준으로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중기대출잔액은 267조원으로 지난해 12월말(245조4천억원)보다는 8.8%, 4월말(261조1천억원)보다는 2.3%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 은행의 5월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57조3019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4%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1%와 2.27% 증가해 2%대 상승률을 보였고, 하나은행(1.96%)과 기업은행(1.38%)도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연체율도 더불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4대 시중은행의 아이아르(IR) 자료를 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말에 견줘 올 3월말 현재 중기대출 연체율이 0.15%포인트 증가한 0.71%를 기록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동안 0.20%포인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0.08%포인트와 0.54%포인트 증가했다. 기업은행도 0.27%포인트 올랐다.
은행들이 연체율을 분기별로 발표하는 만큼 3월말 이후 연체율 동향은 아직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지만, 사정은 더 나빠진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여신관리 담당자들은 연체율 상승 추세가 4, 5월 들어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최근 들어 경기민감 업종인 건설업과 부동산업, 숙박업종과 유가에 민감한 에너지 관련 업종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연체율 상승폭은 1%포인트 이하로 낮지만, 특정 업종의 연체율 상승 속도는 빠르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도 “연체율은 경기와 연동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 현재보다 하반기가 더 걱정스럽다”면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포트폴리오 조정 등 상황 추이에 부합하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기대출 부실 가능성이 지표로 확인되는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경영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체율이 1% 수준인만큼 당장 경고음을 울릴 때는 아니지만, 경기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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