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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5 18:53 수정 : 2008.06.05 19:14

6인천 남항의 한 보세창고에 수입 철근이 가득 쌓여있다.

톤당 100만원 돌파 이어 사재기까지 기승
수급불안 가격인상 부채질…악순환 빠져

뿌연 황사가 수도권을 뒤덮은 지난달 30일 인천 남항의 한 보세창고. 초록색 천막비닐로 덮은 커다란 무더기가 스무개 가까이 보세창고 마당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천막을 들춰보니 모두 시커먼 철근이었다. 중국 웨이치, 안강제철소 등에서 생산된 수입품들이었다. 창고 안에도 철근이 가득하긴 마찬가지였다. 사람 키높이보다 훨씬 높은 3m 가까운 높이로 쌓여있는 철근들이 더 넣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어림잡아 모두 7만~8만톤에 이르는 물량이다. 7만톤이면 예년같으면 우리나라 전체의 한달 철근 수입량과 맞먹는 양이다. 남항의 다른 보세창고와 원창동의 보세창고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창고 직원은 “현재 쌓여있는 양은 예년의 1.5배를 넘는다”며 “그나마 철근값이 오른 뒤 며칠 사이에 제법 많이 팔려나간 것이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철근이 쌓여있는 곳은 여기 뿐만이 아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시골길 근처에 철근이 무더기로 쌓여있다는 말도 들린다”고 전했다.

동국제강은 3일 출하분부터 철근 가격을 톤당 102만1천원으로 8만원 인상했다. 현대제철도 오는 9일 출하분부터 철근 가격을 톤당 102만원으로 올린다고 5일 밝혔다. 드디어 철근 가격이 톤당 100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철근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58만원 수준에서 매달 인상을 거듭해 왔다. 고철값 인상 등이 반영된 때문이다. 철근의 원료가 되는 고철값은 국내 가격이 지난해 말 톤당 31만원에서 현재 70만원 정도까지 껑충 뛰었다. 철근 가격이 이렇게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급등을 거듭하면서 수요자인 건설업계는 죽을 맛이라고 호소한다.

고통은 철근 가격이 오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창고마다 새 철근이 그득그득한데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이 모자란다고 난리다. 철근이 충분치 못해 공사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철근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철근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간상인들은 물건을 쥐고 풀지 않기 일쑤다. 예를 들어 5월 중순께 산 철근(당시 가격 94만원 가량)을 가격이 오른 지금 팔면 톤당 8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8.5% 수익을 더 얻는 셈이다. 한 수입업자는 지난해 말 산 철근을 아직 쥐고 있다. 톤당 차익이 44만원으로 수익률이 무려 76%에 이른다. 큰 무더기 하나가 700톤 정도니 한 무더기만 갖고 있어도 3억원을 앉아서 버는 셈이다.

건설사들도 값이 오르기 전에 최대한 많이 사 두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철근은 더 귀해진다. 그래서 시장에서 가격이 또 오르고, 거기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가격을 다시 인상한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급이 더 불안해 진다는 것이 핑계다. 가격이 올라야 그나마 철근이 풀린다는 이야기다. 철근이 제대로 돌지 않는 동맥경화 현상이 결국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건설사들의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 이정훈 회장은 “전국적으로 철근이 모자라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라며 “모든 공정 과정이 철근 수급에 좌우되다 보니 전반적으로 공사 진척이 더디고 힘들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가격 인상과 수급 부족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건설업계를 위해서라도 정부·건설사·철강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며 3자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인천/글·사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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