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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5 18:13 수정 : 2005.04.25 18:13

25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달러화 환율이 7년 만에 1000원 이하인 998.9로 마감되자 한 딜러가 어딘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심각하게 받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위안화 절상설 등 영향

원-달러 환율이 7년반 만에 세자릿수로 내려 앉았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00원으로 장을 시작해 곧바로 세자릿수로 떨어졌고, 한때 997.6원까지 밀린 뒤 소폭 상승 기미를 보이다가 결국 전날보다 5.1원 떨어진 998.9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마감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서도 세계적인 약달러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장중 다섯차례나 깨지기도 했으나, 장 마감을 앞두고 1000원선을 지켜내기 위한 환율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방어에 성공해 왔다.

그러나 지난 15일 이후 6일 연속 슬금슬금 하락하며, 1000원선에 바짝 접근했던 환율은 이날 낮아진 벽을 단번에 넘어 세자릿수로 직행한 것이다.

이날 환율을 밀어내린 것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 경제가 다시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노골적인 달러 약세 정책을 써왔음에도 무역수지 개선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최근 침체 우려까지 나오자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며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환율을 고정시킨 중국이 ‘미국 경제불안’의 주범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열린 세계 주요 7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까지 가세해 중국의 환율제도 변경을 촉구하고 나서고,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이에 화답하듯 다시 환율제도 변경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이날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올라간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더는 달러 약세 압력을 버텨주는 방패막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광주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임박설은 늘 나오던 얘기인데, 시장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석진 김회승 안선희 기자 sjham@hani.co.kr



‘세자릿수 환율시대’ 시작되나

“중국 위안화 절상되면 970~980원선까지”
“미경제 둔화·수출 저하로 정부개입 예상”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000원이 무너졌다는 상징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세자릿수 환율을 예상해 왔기 때문에 기업이나 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환율 세자리 시대 지속할까?= 25일 환율 급락은 심리적인 요인이 컸던 만큼, 곧 안정을 되찾으면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단행될 때까지는 1000원을 사이에 두고 조금씩 움직이며 정중동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미 환율이 몇차례에 걸쳐 1000 선을 넘나들었고, 국내 기업들도 환율당국이 방어를 해주는 동안 준비를 마친 상태여서 환율당국도 적극적인 개입은 자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익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1000원 안팎에서 등락하다 중국 위안화 절상이 단행되면 970~980원까지 떨어지고, 그 이후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이미 세자릿수 환율 시대는 열린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둔화 기미를 보이며 우리 수출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당분간 정부는 환율 1000원 회복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정극적인 개입을 예상했다.

■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하나?= 현재 중국의 환율 제도는 달러당 8.27위안으로 사실상 고정된 고정환율제(페그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페그제를 유지하되 현재 0.3%포인트에 불과한 변동폭을 5%포인트 정도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음달 1일 노동절 연휴를 기해 중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환율 개혁을 단행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상을 노린 투기자금 유입과 경기 과열 및 인플레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환율 정책 외에는 뾰족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환율 개혁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여전히 신중하다. 웨이번화 외환관리국 부국장은 이날 “환율 개혁 시기는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 기본 조건들이 성숙해진 뒤에나 적절한 시기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에 의존한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을 갖고 있는 중국으로선 위안화 재평가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중국 정부는 환율 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금융 시스템과 수출 등 경제 성장세에 충격을 주지 않는 연착륙 방안을 찾고 있다.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상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나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해 오히려 세계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은 중국과 경합 품목이 많지 않아 위안화 절상으로도 무역적자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다시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즉 유럽과 달리 통화협력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지 않은 중국이 달러를 대거 내다팔며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불안에 빠질 위험이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환율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함석진 김회승 안선희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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