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8 18:04
수정 : 2008.06.08 19:18
S&P, 민영화 계획 발표 뒤 신용등급 ‘부정적’ 평가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커져…정부는 낙관적 태도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의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번지고 있다. 정부 방침이 나온 뒤 산은의 국제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민영화될 산은의 경쟁력에 대해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산업은행을 올해 안에 산은지주사와 한국개발펀드(KDF)로 쪼개, 내년에 상장한 뒤 4년 안에 산은지주사의 지분 100%를 팔아치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이틀 뒤인 지난 4일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산업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에스앤피 쪽은 “앞으로 산업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산은의 경쟁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이제껏 정부의 우산 아래 호시절을 보냈지만 막상 ‘계급장 떼면’(민영화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파생상품 거래 부문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정부의 ‘음덕’ 없이 허허벌판에 홀로 나서도 그런 성과를 거둘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 산은이 갖고 있는 알토란 같은 구조조정기업(하이닉스 등)과 공기업(한전 등)의 주식을 떼어 내 한국개발펀드로 넘기고 나면, 산은에는 ‘빈껍데기’만 남는다는 혹평도 나온다. 당장은 ‘지점 40개짜리 구멍가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익명을 전제로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사례를 볼 때 지주회사가 자리를 잡는 데 4~5년씩 걸린다”며 “산은지주사가 그만큼 빨리 자리를 잡아 원매자들한테 매력적으로 비칠지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산은지주사와 함께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도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는데, 지금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빨리 팔겠다고 하면 당연히 협상력이 떨어져 제값을 못받게 된다. 외국 투자자한테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조병문 케이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은행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상황이 녹록하진 않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정부는 ‘문제 없다’는 태도다. 현재 산업은행이 소유한 구조조정기업 주식 등 가격 산정에서 불확실한 요소들을 모두 한국개발펀드로 빼놔 구매자들의 고민을 덜어줬다는 것이다. 산은이 정부 우산 아래 안주한 탓도 있지만, 정부 정책 방침 때문에 수익을 못내는 일에 발목이 잡힌 일이 많았다는 반론도 편다. 금융위원회는 예정대로 이달 중순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에서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포함한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산은 민영화 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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