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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0 18:25 수정 : 2008.06.11 02:31

알선·운송업체 등 평균 3단계 거치며 운임 대폭 깎여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손쉽게 수주뒤 하도급 ‘돈잔치’

“대기업 물류회사는 흑자 잔치를 벌이는데 우리는 지금 대기업 물류회사한테 한건 당 되레 돈을 몇만원씩 내면서 짐을 싣고 달리는 꼴입니다.”

‘전국운수사업노동조합 화물연대’ 박상현 법규부장은 10일 “지금의 물류 체계는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화물운송노동자들은 굶주리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내 최대 물류업체이자 현대·기아자동차 계열인 ‘글로비스’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3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견줘 176.2%나 급증했다.

화물은 화주(짐 주인)에서 알선업체, 운송업체, 그리고 화물운송노동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쳐 운반된다. 글로비스같은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는 대부분 알선업체에 해당한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화물차는 거의 없고, 단지 모기업으로부터 서류상 수주받은 물량을 수수료만 받고 다시 또 다른 알선업체나 운송업체한테 하도급을 주고 있다.

글로비스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로지텍(삼성), 범한판토스(엘지), 롯데로지스틱스(롯데), 씨제이지엘에스(씨제이), 한 익스프레스(한화) 등 대규모 기업집단 중 물류 자회사를 갖고 있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생계문제를 고민하는 와중에, 상당수 대기업 물류회사들은 비교적 쉽게 흑자를 구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호아시아나그룹, 동부그룹, 에스티엑스그룹, 동원그룹 등도 물류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고 있다.

한 경영컨설팅업체의 물류 전문가는 이에 대해 “유럽과 미국 시장을 보면 대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모기업으로부터 손쉽게 수주를 해 돈을 벌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보하는 외국의 물류회사에 견줘 경쟁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등 물류 자회사한테도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관행상 10% 가량인 수수료, 그리고 신고로만 알선업체와 운송업체를 설립하는 것도 문제다. 화물차 없이 업체를 만들 수 있고 수수료도 상당하다보니 전화 한대만 놓고 수주를 받아 알선업체에서 다시 다른 알선업체로, 운송업체 다시 다른 운송업체로 하청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재작년 정부 조사결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정한 하나의 단계(화주→ 알선업체→ 운송업체 →화물운송노동자) 사이에 또 다른 알선업체와 운송업체 등이 끼어들면서 화물운송노동자가 짐을 실을 때까지 평균 3.7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통 단계마다 10%의 리베이트를 받으므로 화물운송노동자들은 산술적으로도 37%를 떼이고 운임을 받는 셈이다.

화물연대의 박상현 법규부장은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애초 화주가 준 운임의 60%밖에 못받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화물 주인이 결국 대기업인만큼 대기업들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제도가 개선된다면 ‘농산물 직거래’처럼 운임을 올리지 않고도 리베이트를 줄여 화주나 화물운송노동자 모두 윈윈하는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영삼 부경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들은 화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이유로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를 보듯 자회사를 두지 않고도 관리할 수 있다”면서 “알선료도 운임의 5% 정도로 상한제를 두는 것을 정부가 도입한다면 혼탁한 물류시장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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