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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3 20:17 수정 : 2008.06.13 20:17

실질소득 줄어 소비심리 빠르게 위축
SUV차량 선호 줄고, 경차로 눈돌려
휴대전화·TV도 저가로…전시상품 인기

회사원 김대홍(30·영등포구 문래동)씨는 올 초까지 준중형차를 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차 구매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김씨는 “기름값이 리터당 1700원을 넘어가면서 망설여졌는데, 2천원을 찍는 것을 보고 완전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지에스홈쇼핑은 지난달부터 5만9900원짜리 ‘10종 구성 티셔츠’, 6만9900원짜리 ‘5종 구성 폴로 티셔츠’ 를 팔고 있다. 지에스홈쇼핑이 의류를 4종 구성 이상을 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 의류담당 관계자는 “인터넷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지나친 저가 전략은 피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이런 저가다종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져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성·남성 의류 비율도 이전에는 5:5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7:3 정도로 바뀌었다. 남성의류 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전형적인 불경기 현상이다.

삼성전자 대리점은 올해 들어 삼성카드 구매 고객에게 10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주고 있다. 테크노마트 삼성전자 대리점의 이상훈 부장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10개월 무이자는 처음 등장한 것”이라며 “고객들을 붙들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달 평균 3억~4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달 들어 급속히 상황이 나빠져 지금 추세라면 2억원 정도에 머물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고유가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소비 심리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부진한 고용,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기업들의 매출이 줄고 소비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지엠대우차 경기지역 한 영업소 관계자는 “고객들이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연비”라며 “과거에는 없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달에 15대씩 나가던 스포츠실용차(SUV) 윈스톰은 지난달 3대밖에 안팔렸지만 마티스는 30대 이상 팔렸다. 테크노마트 수텔레콤의 김수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10대 팔면 고가 2, 중가 2~3, 공짜폰 7 정도 비율이었는데 요즘은 고가 3, 저가 7로 바뀌었다”며 “이전에 중가폰을 찾던 소비자들이 저가폰을 사는 형국인데다, 교체주기도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부장은 “지난달까지는 180만~200만원 하는 고가형 티브이 판매가 60%였는데, 이달 들어서는 100만원대 초반인 저가형이 60%로 더 많이 나간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인기가 치솟는 상품들도 있다. 주로 ‘초저가’ ‘절약’ 등을 내세운 상품이다.

옥션에서 ‘반품·전시상품’ 카테고리의 거래건수는 지난해 1~5월 8천건에서 올해에는 1만6천건으로 급증했다. 반품상품이나 전시상품은 정상제품보다 30~80% 저렴하다. 초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매출은 1~3월에는 40%대의 증가율을 보이다 4월 이후부터는 50%대까지 치솟았다. 안웅걸 다이소 이사는 “일본에서도 ‘잃어버린 10년’ 당시 천원샵이 크게 성장했다”며 “한국 다이소도 앞으로 2~3년 안에 연간 매출이 5천억원(지난해 매출 1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집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주부 황아무개(33)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상추 등 12개 쌈채소를 길러서 먹을 수 있는 모종세트를 1만4900원에 구입했다. 황씨는 “식구가 적은데 500원씩 야채를 파는 데가 별로 없어 길러 먹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옥션에서 5월 모종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30% 정도 늘었다. 식품업계에서도 소포장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에서 1단에 500g 대신 250g으로 줄여 파는 조선부추는 지난달에 매출이 전년 대비 30% 정도 늘었다. 골뱅이, 콘옥수수, 마늘햄 등 가공식품의 소용량 매출도 50% 정도씩 증가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달부터 고물가의 타격이 뚜렷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판매란 외부환경과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선을 넘어서면 급격하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지난달까지는 매출이 전년과 비슷했지만 이달부터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 기획회의에서 자동차시장 규모가 절반 정도로 떨어지는 것에 대비한 비상경영계획을 6월 말까지 새로 짜라는 지시가 내려갔다”고 전했다. 지에스홈쇼핑 관계자는 “의류업계에서는 가을, 겨울이 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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