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6 19:11
수정 : 2008.06.1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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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옥수수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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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반대운동’ 영향 일반 옥수수 확보 나서
음식료업계, 설탕 대체·직수입 등 대안 고심
옥수수로 물엿·과당·전분 등을 만드는 전분당업체 ㅅ사의 구매담당 ㄱ씨는 요즘 옥수수 가격 때문에 정신이 없다. 출근하자마자 전날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국제 옥수수 가격을 확인한다. 16일 현재 유전자 조작(GM) 옥수수 1톤(운임 포함) 가격이 441달러다. 지난주에만 40달러 넘게 올랐다. 유전자 조작이 아닌 일반 옥수수(non-GM)는 그보다 100달러 정도 더 비싸다. 2006년까지만 해도 각각 130달러, 150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ㄱ씨는 “그나마 유전자 조작 옥수수는 시장에서 거래라도 되지만 유전자 조작이 아닌 일반 옥수수는 물량 확보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업계가 ‘옥수수’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 곡물난과 고유가로 옥수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사용하지 말라고 업체들에 압력을 넣고 있다. 전분당업체들은 일반 옥수수를 찾아 동남아까지 뒤지고 있고, 제과·음료업계는 전분당 대신 다시 설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귀한 몸 된 옥수수 1~2년 전부터 오르기 시작한 옥수수 가격은 올해 들어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유가로 옥수수로 만드는 바이오 에탄올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초 중국까지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나서면서 기름을 부었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일반 옥수수 가리지 않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특히 일반 옥수수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중국은 안팔겠다고 하고 있고, 브라질산은 유럽 쪽에서 장기계약으로 싹쓸이를 해 갔다. 남은 건 미국산뿐인데 미국산은 85% 이상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다. 전분당협회 관계자는 “돈을 더 주고라도 일반 옥수수를 사고 싶지만, 팔겠다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대상, 신동방시피, 삼양제넥스 등 전분당업체들은 결국 지난달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20만톤 가량 들여왔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유전자 조작 옥수수로 만든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져 있다. ㄱ씨는 “최근에는 인도네시아까지 알아보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산은 유전자 조작은 아닌데, 습기가 많은 지역이라 곰팡이가 쉽게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의 주문이 이미 많이 감소했다”며 “어떻게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식품업체 “설탕 다시 쓰겠다” 전분당업체들에서 전분당을 사다 쓰던 식품업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4월부터 칠성사이다, 2% 등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액상과당을 설탕으로 모두 바꿨다. 해태음료도 지난달부터 교체작업을 하는 중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 액상과당 값이 설탕보다 10% 정도 높아졌다. 이전에는 액상과당이 10% 정도 쌌다. 기업들로서는 시민단체들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다. 한때 비만, 충치, 당뇨 등의 ‘원흉’으로 꼽혀 찬밥신세가 됐던 설탕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농심 등 일부 업체는 중국, 유럽 등에서 물엿이나 액상과당을 직접 수입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제품 특성상 무작정 설탕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유럽산 전분당을 직수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음료회사 관계자는 “설탕 수요가 늘어나면 또 설탕업체가 설탕값을 올리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브라질 등에서 농민들이 오렌지 농장에 옥수수를 심는 바람에 오렌지값도 두 배로 뛰었다”며 “원재료 가격이 안 오르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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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당이란?
전분당은 옥수수에서 뽑아낸 당분으로 물엿·과당·올리고당 등이 있다. 지금까지는 대상, 신동방시피, 삼양제넥스, 피시케이(CPK) 등 국내 전분당업체 네 곳이 옥수수 알곡을 미국·중국·브라질 등에서 수입해 전분당을 만든 뒤 국내 음료·제과·식품업계에 공급해 왔다. 그동안은 가격도 싸고 맛도 좋아 설탕 대신 과자·음료수 등에 많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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