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경영’ 전문가 2인 인터뷰
“사회·환경적 리스크까지 고려하지 않은 투자는 실패 가능성이 높다.”“‘책임있는 투자’ 성공 비결은 다양한 정보와 체계적 평가에 달려 있다.” 지난 16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아시아 경제를 위하여’ 행사에 참석한 도날드 맥도날드 ‘책임있는 투자’(PRI) 회장과 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IRIS) 대표는 18일 <한겨레>와 잇따라 만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선 무엇보다 금융이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책임있는 투자’는 유엔이 주도적으로 만든 민간 금융기관 프로젝트이고, 아이리스는 영국의 지속가능경영 분야 전문 평가기관이다.
“세계화 위험 커져 사회적 리스크 관리를”
맥도날드 ‘책임있는 투자’ 회장
-지속가능한 사회와 금융을 다루는 큰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다.
“한국과 동아시아 경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 하나, 한국은 구경제(유럽)와 신경제(중국) 사이에 있다. 그래서 양쪽을 연결하는 기회가 더 많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책임투자가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인데.
“한국의 투자자들이 이해해야 할 게 있다. 세계화와 책임투자는 같이 가는 개념이다. 세계화는 기회도 주지만 위험도 준다. 더 많은, 다양한 종류의 위험이 생긴다. 이걸 관리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 사회적 리스크도 새로 생겨나는 다양한 리스크 중에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여전히 재무적 성과만 중요시하는데.
“그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익을 내려면 모든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투자할 때 재무적 성과와 추가재무(Extra-Financial) 성과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청업체와의 관계나 노동관행 등은 재무성과가 아닌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으므로 추가재무 성과로 봐야 한다.”
-한국은 예금시대를 지나 펀드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책임투자와 어떻게 관련지을 수 있나?
“더욱 유리한 환경 아닐까.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질수록 사회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더욱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식량의 관련성을 보라.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전체주의적(holistic) 관점을 갖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에너지만 생각하거나 식량만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사회적 리스크도 함께 생각해야 경제적 성과도 거둘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정보·평가가 책임투자 성공 비결”
웹스터 ‘아이리스’ 대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데이터는 왜 중요한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이 모든 걸 골고루 살펴야 한다는 데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어느 기업이 잘하는 곳인지, 못하는 곳인지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아이리스의 업무를 좀더 상세하게 설명해달라.
“아이리스가 관리하는 사회적 성과 데이터 세트가 있다. 그 틀에 맞춰 공개된 기본 정보를 모은다. 우선 공개된 정보를 모은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나 언론 등을 주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기초로 해서 기업에 추가 질문을 한다. 실질적인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아이리스가 한국에 꽤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서구에서도 한국을 더 이상 개도국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다. 그래서 선진국 기업처럼 한국 기업들도 이제 세계 보편적인 질문에 노출되고 또 대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메인스트림 투자자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아이리스는 세계 주류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을 위해 한국 기업 데이터를 별도로 수집한다. 한겨레경제연구소와 함께 일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속가능금융 분야 전문가로서 한국사회에 한가지 충고를 해준다면.
“먼저 시민단체부터 변해야 한다. 더 전문적이어야 하고 시장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과거 시민단체는 책임투자 등 새로운 흐름을 거부하는 완고함을 보였지만,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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