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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6 15:32 수정 : 2008.06.26 15:32

중산층 빠르게 무너진다

KDI는 2008년 6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적으로 분석한 중산층의 통계적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에 관한 보고서를 소개했다.

문제는 KDI가 보도자료를 내자마자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아전인수식으로 보도자료를 2차 가공해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똑같은 보고서를 놓고도 문화일보는 전부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소득재분배 정책과 복지정책이 중산층 몰락의 원인이라고 정치공격의 수단으로 이용한데 비해 한계레신문은 정치적 선전 보다는 중산층이 몰락되었다는 사실과 소득분배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보고서의 결론은 첫째, 중산층몰락이 지표상 의미 있는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이러한 중산층 붕괴의 원인은 경기측면의 요인 외에 자영업 구조조정이나 가족제도의 해체와 같은 정책적 사회변동적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 셋째, 참여정부는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해 많은 재정투자를 했으나 중산층은 더욱 몰락했는데, 그 이유는 복지전달체계의 오작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정책적 시사점으로, 향후 빈곤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대 시에는 체계적인 소득파악을 통한 복지전달체계의 효율화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분석의 핵심적 추론 단서는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의 차이변화이다. 여기서 각 소득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시 장 소득 = 경상소득 - 공적이전소득
가처분소득 = 경상소득 - 조세,공적연금,사회보험료

그런데, KDI가 분석하기로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는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에 비해 2007년을 기준으로 8.8%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전 3%정도인데 비해 6% 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니계수가 높다는 것은 소득불평등이 심하다는 말이므로 결국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

시장소득기준 불평등도 〉가처분소득불평등도

그리고 가처분 소득이란 결국의 국가에 의한 이전소득이 포함되고 대신 조세나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등이 공제되므로 소득재분배정책이 반영된 소득이다. 이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은 소득재분배 정책이 그나마 소득불평등을 완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KDI는 ‘참여정부 동안 소득분배개선을 위해 많은 재정투자’를 한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상 KDI는 참여정부의 소득재분배정책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보수언론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기술은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보수언론도 언론이지만 KDI의 보고서 자체가 이런 아전인수식 해석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보도자료는 아주 작은 글씨로 OECD국가의 경우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불평등도가 시장소득 기준 불평등도에 비해 42% 정도 낮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10%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설명을 달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국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아직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이며 선진국 수준에 가기 위해서는 소득재분배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논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KDI의 정책적 시사점은 문제가 있다. 보고서는 소득재분배정책을 나름대로 강하게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이 몰락하고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는 ‘복지전달체계의 오작동’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선진국 수준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시행하지도 못하면서 양극화가 벌어진 원인을 전달체계의 오작동에서 찾는다는 것은 근거와 결론이 어긋나는 잘못된 추론일 뿐이다.

물론, KDI는 오작동의 근본 원인은 소득파악률의 저조함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러나 소득파악률 제고는 벌써 수십년간 국세청과 재경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국정과제의 하나이고 그동안 신용카드제도의 시행과 현금영수증 제도의 시행으로 성과를 거둔 측면도 있다. 또한 근로소득장려세제의 시행과 일용직 근로자들에 대한 소득파악도 벌써 오래전부터 추진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득파악률이 저조하다면 그것은 오작동이라기보다는 한계로 인식해야 한다.

생각컨대, 재정지출 측면에서의 재분배정책에만 몰두한 것이 양극화와 중산층몰락의 근본적 원인이다. 소득파악률의 저조함을 핑계로 그동안 정부와 경제단체 부유층은 재정수입, 즉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를 시행할 엄두를 내지 않았다. 거기다 감세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정치적 공세로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에 관한 여론 형성은 그동안 원천봉쇄 되어 왔다.

국가가 나서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조세와 재정지출을 통한 소득재분배의 병행적 강화, 국민연금의 상한 폐지, 인상과 누진세율 도입과 같은 사회보험의 소득재분배 기능의 도입, 그리고 납세의식과 시민의식의 고취를 통해 우리는 중산층이 사회를 주도하고 양극화 걱정 없는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희망이 현실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한나라당과 1% 부유층의 반대와 조세저항 때문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선거에서 표를 모으기 위해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에 제동을 걸고 세금폭탄 운운하며 국민을 선동한 한나라당 인사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자신이 뿌린 씨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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