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6 20:25
수정 : 2008.06.26 20:25
|
원/달러 환율 추이 및 정부 당국 개입(※ 클릭하시면 원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두개입·달러 매도 반짝효과 며칠뒤 원상복귀
‘경상수지 악화·외채증가 부작용 더 키워’ 비판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원-달러 환율의 네자리수 행진이 두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환율은 고유가와 함께 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지난달 말부터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정책 무게를 옮긴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만, 원화가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 말발 안 먹히네 외환당국은 지난달 말부터 여러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구두 개입만 4차례, 외환시장에 내다 판 달러 규모는 3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외환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원-달러 환율의 마지노선을 1040원으로 잡고 있다고 짐작한다. 이 수준에 환율이 접근하면 어김없이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있어왔던 탓이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의도는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최근 보름간 환율 추이는 외환당국의 개입이 환율 상승의 추세를 꺾는데 실패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정부 개입이 있는 당일에는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가, 며칠 뒤에 원상 복귀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24일 외환당국은 “정부는 환율 흐름이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충분히 취하겠다”는 구두개입과 함께 10억 달러에 이르는 매도 개입을 했으나, 그 효과는 하루 만에 사라졌다. 개입이 있던 당일엔 1040원을 넘던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로 급락했다가 그 다음날 곧바로 1030원선을 넘어서며 또다시 1040원선을 위협하는 양상을 보였다.
■ 커지는 부작용 외환당국이 내리 눌러도 환율이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이유는, 수급부터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까지 모든 부분에서 환율 상승 압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선 코스피지수가 1700선 초반까지 붕괴하는 등 주식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국인들의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주식을 팔아서 생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는 이달 들어서만 4조2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년간 높은 금리와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된 탓에 국고채 등을 대량 매입했던 외국인들이 최근들어 내외 금리차 축소 가능성으로 보유 채권을 대량 매도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도 달러 결제 수요를 확대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에 따라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정부 시장 개입도 더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을 잡기는 커녕 경상수지 악화와 외채 증가 등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 더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4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외환보유액도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국가 신인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환보유고를 동원한 환율 안정 유도는 장기간 지속하기 힘들다”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고통의 시기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