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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9 16:34 수정 : 2005.04.29 16:34



국세청이 용감하게 칼을 빼들었다. 칼끝은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지던 외국계 사모펀드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인수기업을 되팔아 천문학적인 차익을 챙겨가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이들의 당당함에 ‘의분’을 느끼던 여론도 국세청을 응원하고 있다. 그동안 나름대로 충분한 조사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국세청의 조세주권 수호가 그렇게 여의치 만은 않아 보인다. 대형 로펌에 포진해 있는 최고의 변호사, 회계사들을 상대로 고도의 논리게임을 펼쳐야 하는 데다, 1970~80년대 체결된 낡은 조세조약도 국세청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세청이 외국계 사모펀드를 상대로 정말 세금을 추징해낼 수 있을까. 이번 세무조사의 전말이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실마리를 통해 이런 의문에 접근해 볼 수 있다.

칼라일과 론스타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가 실시된 지 6일째인 지난 4월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침묵을 깨고 짤막한 성명서를 내놓았다. 문제가 된 칼라일, 론스타 모두 미국계 사모펀드라는 점 때문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입장 표명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칼라일과 론스타가 어떤 곳인가. 한 시장 전문가의 표현을 빌리면 ‘막강한 로비의 덩어리들’이다. 미국의 최고 실세들이 이들 사모펀드에 줄줄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 날 성명서는 의외로 차분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세무조사나 소득에 대한 정당한 세금 징수는 한국의 고유 권한인 만큼 국세청에 항의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한국 정부가 해외 투자와 관련한 모든 법령, 규율, 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AMCHAM, 세무조사 관련 성명서 발표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할 곳은 오히려 성명서의 뒷부분이다. 국세청이 해외 투자와 관련한 규정들, 대표적으로는 외국과 맺은 조세조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새삼스럽게 강조한 것은, 뒤집어 보면 현재의 법규와 조세조약의 테두리 내에서는 아무리 세무조사를 해봐야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무조사는 자유지만, 세금 추징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잖은 충고가 담겨 있는 셈이다. 국제 인수합병 전문가들의 상당수도 큰 규모의 ‘딜’을 하는 사모펀드들은 사전에 ‘텍스 플래닝’을 치밀하게 짜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충분히 검증한 다음 들어오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국세청의 과세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명분에 밀려 결과가 뻔한 무모한 싸움에 멋모르고 뛰어든 것일까.

칼라일은 지난 2000년 11월 4888억원에 매입한 한미은행 주식 36.6%를 4년 뒤 씨티은행에 되팔아 무려 6617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135%의 놀라운 수익률이다. 그동안 받은 배당금을 합하면 수익률은 더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1년 6월 6332억원을 투자해 산 스타타워를 지난해 말 되팔아 2968억원(추정)을 챙겼다. 수익률 47%다.

하지만 최근 한국 투자를 통해 가장 재미를 본 곳은 제일은행을 스탠더드차터트은행에 매각한 뉴브리지캐피탈이다. 뉴브리지캐피탈은 2000년 1월 제일은행에 4500억원을 투자해 무려 1조1511억원을 벌어들였다. 수익률로 따지면 230%다. 그러나 뉴브리지캐피탈은 제일은행 매각에 대한 세금신고 기한이 내년 3월까지이기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이들이 챙긴 차익의 규모가 크다는 것만 가지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수익률이 높다고 배 아파할 일만도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 투자한 투자자들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모두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초점은, 그러면 낼 세금은 다 냈느냐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 부분에서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3~4개의 ‘조세피난처’를 우회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다는 점도 이들의 탈세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 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조세피난처를 거쳤기 때문에 세금을 안 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칼라일이나 론스타가 복잡한 우회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서 곧바로 들어왔다면 문제는 오히려 간단해진다. 그래도 이들은 한국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현행 한미조세조약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거주지국가(미국)에만 과세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황당하지만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미국계 사모펀드가 조세피난처를 거치는 이유는 한국에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국(미국)에 낼 세금을 천천히 납부하기 위한 것이다. 조세피난처는 세율이 낮기 때문에 자금을 오래 놓아두어도 세금이 별로 붙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자금의 ‘파킹’이 가능한 것이다.

조세피난처는 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조세정보를 다른 나라에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조세피난처는 탈세의 온상지로 인식돼 왔다.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가 조세피난처 국가와는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세조약의 공식명칭은 ‘소득 및 자본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 및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이다. 국제 간 자본이동과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당사국 거주자에게 소득과 자본이득의 성격에 따라 해당 국가 한쪽에만 세금을 내도록 일종의 특혜를 주는 것이다. 조세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우리 기준대로 세금을 부과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조세피난처 국가에서 우리나라로 바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세피난처 가운데서도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섬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라부안은 조세피난처이면서도 조세조약의 적용을 받는다. 말레이시아가 정부가 한국과 조세조약(1982년)을 체결한 이후인 지난 90년대 말 뒤늦게 라부안을 조세피난처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라부안을 경유하면 다른 조세피난처와 똑같은 혜택도 누리면서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조세조약에 따라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칼라일(KAI)과 뉴브리지캐피탈(NFB뉴브리지홀딩스)이 라부안을 통해서 들어온 경우다. 그러나 서류상의 회사일 뿐인 이들을 과연 말레이시아의 거주자라고 볼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서 국세청이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 쟁점1. 수익적 소유자 개념 적용할 수 있나

국세청이 예컨대 칼라일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길은 라부안에 있는 KAI가 말레이시아의 거주자임을 부인하는 것이다. 조세조약의 목적상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거주자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 KAI의 ‘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ship)’는 케이만군도에 소재의 KorAm Investors가 된다. 케이만군도와는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기준대로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국세청은 이미 이런 논리를 실전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2003년 12월에도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한차례 실시됐다. 주 타깃은 쌍용투자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을 매입한 후 신한금융지주에 되팔아 2천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 H&Q아시아퍼시픽이었다. 국세청은 이때 ‘수익적 소유자’ 개념을 적용해 세금 추징을 시도했다. 당시 H&Q아시아퍼시픽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후 칼라일, 뉴브리지캐피털 등에 대한 과세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H&Q아시아퍼시픽에 대한 세금 추징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H&Q아시아퍼시픽 관계자는 추징 세액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하고 수익적 소유자 개념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에 이견이 있었다는 것만 확인해 줬다.

또 다른 사례는 천안에 있는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PKL을 통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긴 HPEM(HSBC 프라이빗 에쿼티 매니지먼드)의 경우다. 2003년 대전지방국세청은 HPEM이 조세조약을 체결한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에 소재지를 두고 있지만, 실제 수익을 얻은 펀드 투자자들은 조세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 속한다고 보고, 70억원의 양도세를 추징했다. 그러나 HPEM이 이에 반발해 현재 국세심판원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국세청의 새로운 시도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것이다.

수익적 소유자 개념의 난점은 오히려 이것이 과세를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칼라일의 경우, KAI를 부정하고 그 다음 단계인 KorAm Investors에서 멈춰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부족하다. 만약 KAI를 부정한다면 마찬가지로 KorAm Investors도 부정해야 하고, 그 다음단계도 마찬가지라는 반박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마지막에는 미국의 칼라일그룹과 JP모건만 남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한미조세조약에 따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권은 미국이 갖게 된다.

어째든 국세청이 수익적 소유자 개념을 동원해 칼라일 등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해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쟁점2.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나

두 번째로는 고정사업장(국내사업장) 개념을 적용해 과세를 하는 방법이 있다. KAI의 소재지가 라부안으로 돼 있지만, 그것은 명목상의 회사(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고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사실상의 영업행위가 한국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현행 조세조약에도 고정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우리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고정사업장의 성립요건 또한 사업장소의 존재, 고정성, 사업활동의 수행 등 3가지로 상당히 느슨한 편이다. 이를테면 자동자판기를 하나 갖다놓고 사업을 할 경우에도 이를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

펀드에 대해 고정사업장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이론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세법 전문가들은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럴 경우 과세 베이스가 크게 줄어들어 버린다는 데 있다. 수천억원의 매매차익이 발생했지만 그것을 모두 관리운용회사에 불과한 펀드의 사업소득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자, 즉 전주는 따로 있고 관리운용회사는 자산운용 결과에 따른 성과 보수만을 가져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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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점3. 조세조약 개정 가능한가

장기적으로는 조세조약의 개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말레이시아를 설득해 라부안을 조세조약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한번 체결된 조세조약을 개정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국제화를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라부안을 조세피난처로 지정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한 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설사 조세조약이 개정된다고 해도, 현재 문제되고 있는 사모펀드에 대해 소급 적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세조약에는 해당 국가 간의 국력 차이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즉 우리가 상대적으로 그 나라에 대해 선진국(자본수출국)인가, 후진국(자본수입국)인가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이 제각각 다르다. 자본수출국의 입장일 때는 거주지국의 조세권을 강조하고, 반대로 자본수입국의 입장일 때는 원천지국의 조세권을 주장하게 된다.

최근 이와 관련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 한미조세조약의 개정 문제다. 79년에 체결된 현행 한미조세조약은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짜여 있다. 경제 개발을 위해 미국 자본을 끌어와야 하는 당시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그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한미간의 경제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인 부동산을 제외한 주식 등 모든 양도소득에 대해 거주지국만 과세권을 갖도록 한 조항이다. 최근 개정된 한일조세조약의 경우, 부동산 과다법인과 과점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원천지국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우리가 과세할 수 있는 길을 일부 터놓은 것이다. 한미 양측은 99년부터 조세조약을 개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일부 항목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 세법전문가는 “우리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미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다”며 “그런 점에서 조세조약 개정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행정협정(SOFA)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칼라일이나 론스타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문제는 이들이 불복해 법리 논쟁이 붙었을 때 막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국세청이 실제로 세금 추징에 들어간다면, 이 사건이 한미간의 조세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성명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해당 펀드의 투자자들이 미국 국세청(IRS)에 이중과세의 부당성을 호소할 경우, IRS는 한국 정부에 상호합의 절차를 요구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우리의 국익을 우리 손으로 지키려면, 감정적인 분노보다는 치밀한 준비가 앞서야 하는 것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한국은 외국 자본 무풍지대?

부동산, 기업 투자 등 특혜 제공…외환 유입 증가-기업 경쟁력 악화 악순환

지난해 한 채권펀드매니저가 투덜거렸다. “한국은행이 갑자기 통화안정 채권을 발행하는 거예요. 시중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신호인가 싶었더니, 외국 자본이 어떤 기업을 인수합병해서 들어온 외환을 한은이 흡수하느라 발행한 것이더라고요. 외환을 그렇게 쌓아놓고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그걸 어쩌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심상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4월11일 ‘외국 자본 규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외환 유입 증가-통화 고평가-기업경쟁력 약화’의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외환 보유고는 적정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외환준비금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강요한다. 외국 자본 유입이 증가하면 통화가치가 고평가되는 경향을 갖는다. 또한 통화가치의 고평가는 그 자체가 외국 자본 유입을 증가시키는 유인이 된다. 고평가된 통화는 국내 투자를 감소시키고 투자 감소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 경제구조를 갖는 국가에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직도 외국 자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외국의 저금리 자금을 끌어들여 국내에서 고수익을 내고자 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가들이나 자금 부족을 겪는 지방의 중소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한아름 넘치도록 외환을 가지고도 아직도 외국 자본에 대한 러브콜을 멈추지 않는 이가 있으니, 한국 정부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 목록은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길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 투자기업은 7년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를 100% 감면받는다. 그 후 3년 동안은 법인세, 소득세의 절반이 감면된다. 들어온 뒤 5년 안에는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도 100% 감면 대상이다. 산업자원부는 외국 기업이 R&D센터에 이공계 등 미취업 석박사를 채용하면 100명까지 연봉의 80%를 2천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지자체에 따라선 외국인에게 국유지를 저가에 임대해 주거나 지자체 공유재산을 25~100% 감면한 가격에 장리 분할 납부 형식으로 매각하기도 한다.

효과는? 증명된 사례가 적다. 스톡홀름대 마그너스 블롬스트룀과 아리 콕코가 200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투자가 아닌 외국인 직접 투자(FDI)일지라도 기술 이전이 없으면 국내 부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어거스틴 카스텐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도 2003년 경제포럼 ‘자본이동 사이클’에서 “양질의 외국 자본이란 실제로 자본이 유입되고 기술을 수반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본”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미국도 엑손-플로리오(Exon-Florio)법 등 규제를 통해 외국 자본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경우 투자를 규제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총 자산이 38조~64조원에 이르러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중 은행들까지도 조세 회피 지역의 페이퍼컴퍼니에 파는 등 외국 자본에 대해선 되레 대주주 적격성을 엄격하게 심사하지 않았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에 개방적인 아일랜드도 자본이 유입되지 않는 외국계 펀드운용사의 신규 진출이나 고용효과가 적은 외국 은행, 보험사의 대표사무소 설립을 불허하는 등 효과를 따져 외자를 유치한다”며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신규 투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외자 심사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이 한국은행의 외환 보유고는 2055억달러로 늘었고, 외화자산 평가손실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17조원을 기록했다.

이경숙 기자 nirvana@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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