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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 (무단게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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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사님 눈치를 살피게 된다. 몇 가지 하기로 한 일이 있는데, 사실 어떻게 첫발을 떼어야 할지 몰라 착수하지 못한 업무가 2개나 된다. 그 일 말고도 처리할 일은 많고, 항상 바쁘다. 이번엔 다시 물어보시기 전에 알려드려야지 했는데, 에이쿠… 이사님이 또 먼저 물어보신다. “김 대리, 지난번에 내가 만들어보라 했던 고객자료 어떻게 되었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을 한다. “이번 주에 꼭 처리하겠습니다. 제가 매출 마감하느라 바빠서요….” 내가 생각해도 폼이 안 난다. 이사님은 나를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상사들의 눈으로 볼 때 가장 한심한 것은 지시사항이 실종되어 버리는 것이다. 상사가 다시 챙기기 전에는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고 보고도 없고, 언급도 없는 경우다. 두 번째로 안 좋은 것은 너무 늦은 피드백이다. 아예 실종되어 버린 것보다는 낫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속도에 이미 실망한 상사에겐 그다지 낫다는 체감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그 다음 수준은 아무 대책 없는 보고이다. “상황이 이러저러하여 실행하기가 어려운데, 이사님, 어떻게 할까요?”라고 대책 없이 묻는 직원이다. 혼자 판단할 수 없으니 상사에게 묻는 심정이야 이해를 하지만, 안 그래도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은 상사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직원이다. 그런 느낌을 가질 때 종종 상사들은 직원에게 묻는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뭔데?” 그렇다면 상사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직원은? 자기가 최선을 다해 생각한 대안을 가져오는 직원이다. “상황이 이러저러한데, 저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A안, B안, C안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B안이 적절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보고를 받아보는 상사는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물론 직원의 판단과 달리 상사가 A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직원의 판단을 거친, 말하자면 정지작업을 한 상태에서의 결정이고 선택이기 때문에 상사도 직원에게 의지한 것이다. 그만큼 직원은 상사를 내용적으로 보좌한 것이다. 이런 과정의 논의가 어느 정도 되풀이되다 보면 상사와 직원 간의 의견 교환 수준은 밀도가 높아진다. 직원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아지면 위임의 범위도 넓어진다. 아무리 실무적인 일을 직원들에게 전폭적으로 위임하라고 하지만, 실력이 없는 직원에게 위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위임의 폭과 정도는 신뢰의 정도와 그 일의 리스크 정도에 달려 있다. 일의 리스크 정도란 예측되는 문제점이나 손실, 비용, 중요도를 말한다. 위험이 클수록 위임이 어렵다. 또 한 가지 요소는 직원에 대한 신뢰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그의 성품과 역량에 대한 종합적인 신뢰이다. 이 2가지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 가장 낮은 수준의 위임은 “지시를 기다리는 것”. 상사가 지시한 일만 하는 수준이다. 두 번째는 “지시를 요청하라”. 일을 다했다면 이제 뭘 하면 되느냐고 물어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수준은 “의견을 제시하라”. 네 번째가 “실행하고 즉시 보고하라”. 다섯 번째는 “실행하고 정기적으로 보고하라”.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위임의 단계는 “자율적으로 실행하라”는 것이다. 당신의 상사는 당신에게 어느 수준으로 위임을 하고 있는가. 만약 일의 위험도가 높지 않은데도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상사가 나를 더욱 신뢰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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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은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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