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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2 19:07 수정 : 2005.05.02 19:07

④ 일 도요타-중소기업 협력체제

“도요타가 50년 이상 계속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부품업체들과 공존공영의 파트너십을 맺어 지속적으로 원가절감 운동을 폈기 때문입니다.” 세계 2위의 자동차 생산업체인 도요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품조달을 책임지고 있는 조달본부 글로벌조달기획부가 설명하는 ‘도요타 경쟁력’의 비결이다.

일본 중부 나고야시에서 남동쪽으로 차를 타고 40분 거리에 있는 아이치현 도요타시. 바로 조달본부를 비롯한 도요타의 본사와 공장들이 있는 곳이다. 여기서 일하는 임직원들만 6만6천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전 세계 제조업체 중에서 100억달러(우리돈 10조원)를 넘는 이익을 낸 곳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일본의 도요타, 단 두 곳뿐이다. 삼성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직접 ‘이익 100억달러 클럽’ 첫 가입을 자랑했을 정도로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2001년 이후 4년동안 세번이나 연간 이익(세전기준)이 100억달러를 넘었다. 더 놀라운 것은 도요타가 지난 50여년간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요타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740만대. 세계 1위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850만대보다 100만대 정도 적다. 하지만 지엠이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는 반면 도요타는 그야말로 멈출줄 모르는 자동차처럼 질주 중이다. 현대차의 한 간부는 “도요타의 생산량이 최근 매년 50만대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2~3년 안에 지엠과 도요타의 세계 자동차업계 1위와 2위 자리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포드와 크라이슬러에 이어 미국의 자존심인 지엠마저 흔들릴 정도로 세계 자동차업계가 격랑에 휩싸인 상황에서 도요타 혼자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요타는 그 비결로 보다 좋은 것을 끊임없이 추구해가는 ‘카이젠(개선)’활동과 지속적인 원가절감 운동, 이렇게 두 가지을 꼽는다.

“한국에서는 도요타하면 고급차인 ‘렉서스’를 떠올리지만, 정작 도요타 경쟁력의 원천이 원가절감이라는 것은 잘 모르는 것같아 아쉽습니다.” 도요타 도쿄지사의 국제홍보담당인 후지이씨는 도요타의 원가절감 운동에 대단한 자부심을 보였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박홍재 소장도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세 차례의 엔고 위기를 맞고서도 도요타가 일본 내 다른 자동차업체와 달리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원가절감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수평적 협력·학습 통해 연 2조원 절감
“도요타 수익은 부품업체·소비자 수익”
불량률 0.01% 끈끈한 믿음 추종 불허

1995년 전문경영인으로서 도요타의 사장이 된 오쿠다 회장은 ‘타도 도요타’라는 기치를 내걸고 도요타의 개혁을 주창했다. ‘타도 도요타’ 운동은 도요타를 타도해야 더 강한 도요타가 된다는 뜻이다. 타도 도요타를 조달부문에 적용한 것이 2000년부터 시작된 CCC(원가 경쟁력 구축) 21 운동이다. CCC 21 운동의 성과는 대단했다. 2002년 이후 매년 2천억엔(한화 2조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가절감에 목을 맨다. 하지만 유독 도요타만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열쇠는 부품업체들의 경쟁력과,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요타와 부품업체 간 ‘공존공영’의 파트너십(동반자 관계)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은 그 뒤에 수많은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도요타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부품업체들의 불량률은 0.01%로,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1.8%와 비교하면 180분의 1에 불과하다. 불량 개선율도 연평균 9.5%로 미국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일본 중부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2만개가 넘는 부품들을 조립해 완성차를 만들고 있는 모습. 도요타는 부품업체들과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원가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도요타 제공

도요타와 부품업체 간 협력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부품업체들에게 납품가를 낮추라고 일방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일이 없다. 합리적인 원가절감 목표를 내건 뒤 부품업체가 함께 고민한다. 오야마다 글로벌조달기획부 기획그룹장은 “원가절감은 단순한 납품단가 깎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의 연구개발 및 생산 파트와 부품업체의 실무자들로 구성되는 수평적 협의체와 공동학습조직은 상호협력의 통로이다. 부품업체 스스로 도요타에게 품질개선과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도요타는 부품업체의 원가구조 뿐만 아니라 기술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는 원가 데이터 분석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부품업체가 이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납품단가를 내리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원가절감 활동에서 발생한 수익을 회사와 부품업체, 소비자 간에 사이좋게 나누는 시스템도 부품업체의 원가절감 노력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박홍재 소장은 “도요타가 CCC 21 운동으로 차량 자재 및 부품비의 30%를 절감했는데, 그 중 3분의 1은 소비자에게 환원하고, 3분의 1은 부품업체의 신형 부품개발에 투자했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회사의 이익으로 남겨 연료전지차 개발 등에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한국 대기업들은 최근 상생경영을 강조하면서 부품업체들에 대한 현금결제 확대 같은 지원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는 처음부터 부품업체와 함께 이익을 내는 구조이다. 스기야마 글로벌조달기획부장은 “도요타가 이익이 난다면, 부품업체도 이익이 나야한다”고 말한다. 대기업은 수조원의 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구가하지만, 중소 부품업체들은 그 과실을 함께 나누기는 커녕 만성적인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는 우리 현실에서는 정말 부러운 일이다.

도요타의 와타나베 조달담당 부사장은 “도요타와 부품업체의 관계는 세계 어느 기업보다 우호적”이라고 강조한다. 와타나베 부사장은 오는 6월부터 조 후지오 사장에 이어 도요타 사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품질과 안정성, 환경친화, 기술력에서 세계 1위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고 강조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부품업체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위기 때만이 아니라 무한이 지속되고 있는 도요타의 원가절감 운동이 살아있는 한 그 꿈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도요타시(일본)/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스기야마 모리오 글로벌조달기획부장

도요타자동차의 모리오 스기야마 글로벌조달기획부장은 “도요타와 부품업체가 원가를 줄이기 위해 서로 협력해서 목숨을 걸고 열심히 한다”면서 도요타와 부품업체 간의 파트너십(동반자 관계)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부품업체가 이익을 많이 남기면 모기업이 단가인하 압력을 넣는데?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해서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하지는 않는다. 경쟁사에 비해 품질이나 가격이 떨어지면 노력해달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브릿지스톤 타이어의 이익률은 12%로 대단히 높다. 브랜드 파워가 있어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10% 비싼 것이다. 기술과 브랜드력이 앞서 수익을 많이 낸다면 뭐라고 하지 않는다. 부품업체가 좋으면 도요타가 좋고, 도요타가 좋으면 부품업체도 좋은 것이다.

-부품업체의 단가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되면, 어떻게 해결하나?

=내려달라고 확실히 부탁한다. 단지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해야 원가를 내릴 수 있는지 부품업체들에게 아이디어를 받는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즉시 받아들인다. 우리가 협력해야 할 때는 적극 돕는다. 예를 들어 철판 프레스의 경우 부품을 만든 뒤 철판 조각이 남게 된다. 부품의 형상을 조금 바꾸면 버리는 철판을 줄일 수 있다.

-한국 대기업은 중소 부품업체가 새로운 기술개발을 하면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는 ‘기술공개제도’가 관행화되어 있다. 일부 대기업은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다른 부품업체에게 넘겨준 뒤 거래를 끊어버리기도 하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거래업체가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면 라이센스를 댓가로 해서 정식으로 달라고 요청한다.

-한국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을 한다. 그러나 이는 국내산업의 공동화, 중소 부품업체의 몰락, 고용불안 등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도요타도 글로벌 구매 시스템을 시행하는데?

=품질·가격·납기라는 세 조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부품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일본에서 생산하는 차는 일본 내 1500여개 협력업체들의 부품을 쓰는데, 이는 그들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생산하는 차는 현지부품을 쓰는 경우가 많다.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 등에서 만든 부품을 일본으로 들여오도록 요구하는 일은 없다.

-원가절감을 강조하는데, 목표는 어떻게 정하나?

=가격은 시장 곧 고객이 결정한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 차는 이 정도 이익을 내야한다는 게 정해진다. 이 것을 식으로 표현하면 ‘가격-이익=원가’가 된다. 도요타시(일본)/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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