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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무단게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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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조직에 남은 갖가지 후유증이었다. 조직문화에서 시너지나 충성심이 사라지고, 눈에 띄게 냉소적인 분위기가 지배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나중에 분명히 생산성이 낮아지는 원인이 될 것이었다. 이 임원은 “누구보다 우리 회사를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코칭의 과정을 거쳤다면 훨씬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고 지혜로운 결론들을 내렸을 텐데…. 그건 외부 전문가들이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무릇 컨설팅의 본령은 진단과 처방에 있다. 조직이든 사람이든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컨설팅의 출발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각종 진단 툴만 해도 수천종에 이른다. 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들, 관계된 임직원들을 인터뷰하고 현장 조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진단은 처방을 위한 사전 단계다. 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많고 심지어 통찰력까지 갖춘 유능한 컨설턴트들이 하는 일의 정점은 그렇게 분석한 진단에 근거해서 정확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이와 달리 코칭은 고객에게 문제의 해답이 있다고 보고 그것을 이끌어낸다. 컨설턴트와 달리 코치는 자신이 분석한 솔루션을 제공하지 않는다. 고객이 그 문제에 대해서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졌고, 더 많이 고민해 왔으며, 더 총체적인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본다. 따라서 해결해야 될 문제 혹은 달성해야 될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정의한 후,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가능성을 탐색해 나간다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해법을 찾고 그것을 의지를 가지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코칭의 접근법이다. 코치는 고객이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실행하도록 하는 그 과정의 전문가들이다.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어내면 거기에 헌신할 수 있는 심리적 기초가 강력하게 형성된다. 이것이 코칭이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4, 5년 전 나 역시 내가 이끌던 사업부의 서비스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컨설팅을 받은 경험이 있다. 약 2개월여에 걸친 진단, 몇 차례의 인터뷰, 직원들과의 그룹 면접, 매장 모니터링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내 책상에 올라온 두툼한 보고서….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의 마음이었다. 솔직히 그때 나는 흔쾌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분야를 나처럼 깊게 알지는 못하는 사람들일 텐데 그들이 진단을 하면 얼마나 할까 하는 의구심에다가 ‘그들이 문제를 분석해서 제안하면 내가 실행한다’는 프로세스 자체가 자존심 상하게 느껴져서 약간 방어적인 자세가 되었다. 잘돼도 결국 그들의 공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마음으로부터의 협력을 하기가 어려웠다. 사업부 간부들도 보고서를 보고 나서 한마디씩 해왔다. “그동안 우리가 이걸 몰라서 못해왔나요, 뭐.” 물론 이것은 컨설팅이 부족하거나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요술방망이가 아닌 이상 그들도 그 이상 어떻게 하겠는가. 다만 코칭 접근법을 써서 고객이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럴 때 고객의 잠재 능력도 개발되고 장기적으로는 더 놀라운 성장을 기약할 내적 준비를 가지게 된다. 코칭은 말하자면 ‘병이 생기면 그 병을 중심으로 치료한다’는 서양의학의 패러다임이라기보다는 몸을 하나의 전체로 보고 그 기운을 활성화함으로써 병을 해소한다는 동양의학의 접근법에 서 있다고 하겠다.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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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은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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