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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공항 내에 설치된 노키아 광고판.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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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모델 6102 내달 선보여…세계 시장 점유율 하락 만회 노림수
핀란드
핀란드 노키아가 중국 시장 공략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키아는 다음달 6102란 이름의 모델을 중국 시장에 처음 내놓는다. 이번 신 모델 중국 출시는 노키아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세계 휴대폰시장의 전통적인 강자 노키아가 사상 처음으로 개별 시장에 특화된 상품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전 세계 시장에 공통된 디자인과 형태를 고집해 오던 노키아로서는 시장 수요에 철저하게 종속된 생산방식으로 궤도 수정을 한 셈이다. 앞으로 6102 모델은 중국 시장에만 독점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노키아가 궤도 수정에 이른 것은 그만큼 휴대폰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의 지위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키아는 여전히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그 위세는 갈수록 약해진 게 사실이다. 올해 1분기 동안 노키아는 모두 8억6300만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늘어난 실적이다. 그럼에도 경쟁 업체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노키아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은 32%로 나타나, 지난해 4분기보다도 2%나 더 떨어졌다.
이처럼 노키아의 지위가 점차 위협받는 것은 경쟁 업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노키아가 이렇다 할 변신을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LG전자가 UMTS 모델 시장을 평정했으며, 모토로라가 매출을 크게 늘려간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각국의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노키아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도 노키아에겐 어두운 소식이다. 예컨대 3년 전만 해도 노키아는 독일 이동통신사업자의 60%를 장악했으나,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10개월 전 UMTS 서비스를 시작한 보다폰이 노키아 대신 삼성전자를 택한 것도 치명적이었다. 현재 독일 내에서 유통되는 7개 UMTS 기종 가운데 노키아 제품은 하나뿐이다.
지난해 초 노키아는 사업부문을 휴대폰사업, 멀티미디어 기기사업 및 기업솔류션 사업 등 3개로 분화하며 경쟁력 강화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각 부문에서 노키아는 만만치 않은 과제와 맞닥뜨려야 했다. 가장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휴대폰사업의 경우, 치열한 경쟁 속에 가격 인하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면, 멀티미디어 기기사업부문에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부문에서 노키아는 지난해 매출을 46%나 늘렸지만, 과도한 개발비용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긴 힘들었다. 특히 닌텐도의 경쟁 제품으로 자신 있게 내놓은 N-Gage는 2003년 10월 이래 전 세계적으로 모두 140만대가 팔렸을 뿐이다. 기업 솔류션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힘든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관련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키아의 선택은 결국 중국 시장에 올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모두 3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노키아에게는 미국 시장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른 셈이다. 삼성, 모토로라 등 강력한 해외 경쟁 기업은 물론, 50여개에 달하는 중국 국내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 거둔 성적표라 노키아에게는 남다른 편이다. 2억1천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 차이나모바일과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도 노키아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호재다.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신 모델 독점 출시는 노키아가 중국 시장에 회사 운명을 걸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현재 3억4천만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중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이동통신사업시장이다. 앞으로 5년 간 이용자수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중국 시장의 성패에 따라 세계 휴대전화업체들의 운명은 뒤바뀔 공산이 크다. 노키아의 변신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Hannes B. Mosler/ 객원기자 mino@economy21.co.kr
아디다스, 체증 뻥 뚫린다
골치거리 살로몬 매각 결정…핵심 사업부문에 역량 집중키로
독일
세계 2위의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아디다스가 핵심사업부문에 집중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 사업 재조정에 나섰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프랑스의 겨울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 살로몬을 핀란드의 에이머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매각대금은 4억8500만유로로, 매각 작업은 오는 9월 말까지 모두 끝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다스로서는 이번 결정이 지난 1997년의 살로몬 인수가 실패로 끝났음을 자인하는 꼴이 됐다. 지난 97년 아디다스는 겨울 스포츠용품 사업부문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살로몬을 인수한 바 있다. 이로써 84년 살로몬에 인수됐던 테일러메이드가 아디다스의 손에 들어왔음은 물론이다. 97년 이후, 아디다스의 브랜드별 순매출 비중은 대략 아디다스 80%, 살로몬 10%, 테일러메이드 10%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살로몬의 실적 부진은 두고두고 아디다스의 발목을 잡아왔다. 아디다스만 놓고 보면, 성적표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최근 발표된 아디다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억500만유로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늘어났다. 당초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9621만유로를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기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략 1억7천만유로에 이를 것으로 에상되던 영업이익은 1억7900만유로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 1억4200만유로에 비해서도 상당히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 아디다스의 전제 성적표는 예상치의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시장에서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한편,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대부분 5~9% 정도의 성장을 무난하게 이룰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의 골칫거리는 살로몬이다. 살로몬의 1분기 매출은 9%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 동안 1600만유로를 기록했던 살로몬의 영업손실은 올해 들어 2500만유로로 늘어나기도 했다. 실적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이런 분위기에서 실제로 아디다스는 지난해 연말, 살로몬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년 이내에 1700명의 종업원 가운데 160명의 일자리를 줄이고, 대부분의 생산시설을 중국과 루마니아로 옮기는 등의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번 매각 결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살로몬을 떼어내는 쪽으로 아디다스가 최종 결론을 내렸음을 보여준다.
아직 경쟁 감독 당국의 최종 승인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디다스의 살로몬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유럽 최대이자, 세계 2위의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인 아디다스로서는 한동안의 판단 잘못을 서둘러 수정하고,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Hannes B. Mosler/ 객원기자 mino@economy21.co.kr
정보사냥꾼 설친다
타임워너, 60만명 직원 정보 사라져…기업 정보 분실·도난사고 빈발
미국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가 내부 정보 유출 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타임워너 경영진은 전 직원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내 깊은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유인즉슨, 타임워너 종업원의 신상명세가 담긴 파일 더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22일 맨해튼의 타임워너 본사를 출발해 뉴저지주의 정보보관소로 향하던 화물차의 운전사가 목적지에 도착한 직후 관련 파일 더미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사건 당일, 화물차는 본사를 출발해 모두 18곳의 중간 경유지를 지나 최종 목적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워너측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드는 건 아직까지 이번 사건이 단순 분실 사고인지 아니면 도난 사고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관련 파일 더미가 어디에서 사라졌는지를 밝혀내는 것만도 힘든 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것은 없어진 파일 더미 속엔 지난 1986년 이후 타임워너에 몸담았던 60만명의 전현직 직원들의 개인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직원의 이름은 물론, 사회보장고유번호 및 기타 개인 신상에 관련된 각종 정보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을 공산이 매우 큰 셈이다. 이 가운데 특히 사회보장고유번호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인식별정보에 속한다. 그만큼 정보사냥꾼들이 탐을 내는 표적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현재 미국 내 암시장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사회보장고유번호가 하나당 100달러에 밀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도 떠돈다. 이렇게 해서 거래되는 사회보장고유번호는 각종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기업들의 정보 분실 및 도난사고는 최근 들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도 회사 자료를 운송하는 도중 고객 120만명의 신용카드 정보가 들어 있는 파일이 없어진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기업에서 개인 신상과 관련된 자료들이 각종 데이터 정보를 노리는 사냥꾼에 의해 공격을 받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제1의 미디어그룹임을 자랑하는 타임워너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커다란 이미지 손실을 입게 됐다. 회사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 자료를 운송하는 작업에 경비 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서둘러 사건의 파장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디지털화된 모든 신상정보에 대해 암호화 작업에 착수한 것도 이와 관련된다. 그간 예산상의 문제와 작업 공정상의 어려움을 들어 암호화 작업을 소홀히한 데 대한 뒤늦은 반성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타임워너는 아직껏 이번 사건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 당국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타임워너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Hannes B. Mosler/ 객원기자 mino@econo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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