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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3 16:25 수정 : 2005.05.13 16:25

<이코노미21> 이주노 기자


SKT·KTF, 정액제 상품 출시…이용자 부담 줄고 안정적 수익 내는 상생 모델

나른하고 무료한 출·퇴근길, 심심풀이로 휴대폰을 꺼내 고스톱 몇 판을 쳤다가 다음달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휴대폰 요금고지서를 받아들고 아연실색한 경험이 있으신지? 그렇다면 독자께서는 이제부터 소개할 이동통신 요금제에 눈길을 꽂으셔야겠다. 많아봤자 한 달에 1만원 미만의 돈만 내면, 좋아하는 모바일게임을 원없이 즐길 수 있는 요금 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월정액 요금제’ 얘기다.

모바일게임을 이용하려면 보통 2천~2500원의 다운로드 비용과 데이터 통화료(1KB=2패킷, 패킷당 2.5원)를 내고 게임을 내려받아야 한다. 또한 네트워크 게임의 경우 게임을 할 때마다 별도의 정보이용료를 내야 한다. 정보이용료는 1판당 50~100원 수준이다.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동안에도 패킷을 주고받은 만큼 데이터 통화료를 내야 한다. 보통 1시간 정도 네트워크에 접속해 게임을 하면 1500원 정도의 요금이 든다.

300KB 용량의 네트워크 <맞고> 게임을 30분 동안 이용한다고 치자. 우선 다운로드비용으로 2000원을 낸다. 거기에 다운로드하는 동안 데이터 통화료로 1500원에 정보이용료 500원(1판에 50~100원, 30분에 평균 10판)이 덧붙는다. 이런 식으로 매일 <맞고>를 10판 정도 즐긴다면 한 달에 약 3만9천원(800원×30일+1만5천원)의 비용이 든다. 모바일게임 하나를 즐기는 데 들이는 비용치고는 만만찮은 금액이다. 이처럼 비싼 요금은 모바일게임의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최대 월 9900원에 무제한 공짜 이용


여기에는 이용자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한몫했다.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비싸다는 막연한 인식 말이다. 이는 복잡한 무선인터넷 요금체계 때문이다. 일정액을 내면 접속시간에 관계없이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은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게임을 내려받아 이용할 때까지 쉼없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는 동안 지불하는 데이터 통화료, 게임을 내려받을 때 내는 다운로드 요금, 게임을 실행할 때마다 내는 정보이용료 등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콘텐츠 제공자(CP)인 게임 개발사와 이용자들은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제를 계속 요구해 왔다. 더구나 최근 들어 300KB 이상의 대용량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이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났다. 그래서 이동통신 3사는 TV 방송이나 주문형 동영상(VOD)을 제외한 텍스트 방식의 모든 데이터를 일정액을 내고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묘안 짜기에 골몰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본격 등장한 것이 모바일게임 월정액 요금제다. 모바일게임 정액제는 매달 3천~9900원의 요금을 내면 추가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 상품이다. 게임을 실행할 때마다 내는 정보이용료도,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동안 지불하는 데이터 통화료도 모두 공짜다. 물론 다운로드 비용도 없다. 놀이공원으로 치면 ‘자유이용권’ 정도로 보면 되겠다. 다만 처음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동안 드는 데이터 통화료는 내야 한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는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이 요금 상품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게임 무제한 정액제’를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올해 4월1일부터는 ‘엔조이게임(EnjoyGame) 요금제’로 더욱 다듬어 내놓았다. 컴투스, 게임빌, 엔텔리전트, 레몬 등 국내의 대표적 10여개 모바일게임 개발사가 여기에 참여했다. 이용자는 이 가운데 원하는 게임업체를 선택해, 해당 업체가 내놓은 게임을 월 2천~9900원의 정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상품은 크게 2가지다. 월 4천원짜리 상품은 게임을 실행할 때마다 내는 정보이용료만 정액으로 이용 가능하며 데이터 통화료는 따로 내야 한다. 기존 무제한 데이터 요금 상품에 가입한 이용자들이 선택하면 좋은 상품이다. 월 9900원 정액 상품은 데이터이용료와 정보이용료 모두 무제한 이용 가능한 상품이다. 한번 가입하면 자신이 가입한 CP가 제공하는 게임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SK텔레콤 이용자가 레몬의 9900원 정액 상품에 가입했다면 <레몬 맞고>, <고스톱>, <세븐포커>, <운수대통2>, <레몬 그림천하> 등 5가지 모바일게임을 9900원에 한 달 내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단, 다른 업체의 게임을 이용하려면 추가로 해당 업체의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KTF도 올해 3월1일부터 3천~5천원의 기본요금만 내면 추가 정보이용료 없이 해당 업체의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게임 무제한 월정액 요금’을 내놓았다. 역시 1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SK텔레콤과 달리 한번 내려받으면 별도의 통화료가 붙지 않는 단독실행형 게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한 달 동안 여러 게임을 내려받아 이용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다만 네트워크 게임의 경우 데이터 통화료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KTF측은 “기존 데이터 통화료 이월요금제 등과 연계하면 요금을 더욱 절약할 수 있다”며 “이용자의 요구가 있다면 완전 정액제 상품도 검토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운로드 경쟁 벗어나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

최근에는 이동통신사들이 운영하는 게임 포털 사이트에서도 정액제 도입에 동참했다. KTF의 무선게임 포털 지팡(GPANG)은 월9800원에 게임 다운로드와 데이터 통화료 등이 무료인 ‘지팡 프리’란 상품을 운영 중이다. 게임별로 3천~1만원의 정보이용료는 내야 한다. SK텔레콤의 게임 포털 GXG 역시 조만간 <마비노기 M라이브>, <뮤 3D 쿤둔의 성>, <라그나로크 택틱스> 등 대작 모바일게임을 쏟아낼 예정이어서, 요금 부담이 적은 정액제 도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모바일게임 정액제는 이통사와 CP 모두에게 이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통사는 비싼 요금에 거부감을 가진 모바일게임 이용자들을 자연스레 끌어들일 수 있는 미끼 상품으로 활용 가능하다. CP들은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이통 3사를 합쳐 모바일게임 정액제를 적용하는 CP들은 대략 20여곳에 이른다.

업계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모바일게임 정액제가 업계 전체의 덩치를 키워줄 계기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 정액제에 힘입어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이 크게 성장했듯, 모바일게임도 장애 요인인 요금 문제가 해결된다면 급속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정액제가 정착된다면 ‘다운로드수’를 따지는 지금의 모바일게임 판매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부담 없는 이용료를 등에 업고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이 확산되면서, 안정적인 네트워크망을 제공하는 ‘서비스’ 중심의 시스템이 정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인터뷰 | 윤효성 레몬 사장

“소비자 인식 전환 계기돼야”

▲ 윤효성 레몬 사장
윤효성(36) 레몬 사장은 국내 모바일게임업계의 1세대다. 지난 2000년 ‘이지네고’란 모바일게임업체를 설립해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을 개척했으며, 지난해 6월 사명을 ‘레몬’으로 변경하고 제2의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산업 성장기인 2002~2003년에는 2, 3기 모바일게임협회장을 맡았다. 레몬이 내놓은 <그림천하>, <헥트리스> 등의 게임은 5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수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적 게임업체들과 손잡고 모바일게임 정액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왜 정액제인가.

=지금의 요금체계는 이용자에게 너무 부담이 크다. 하루에 고스톱을 10판 친다고 한다면, 한 달에 정보이용료만 1만5천원이다. 정액제는 한 달 9900원이면 3∼4개의 게임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한 달에 기껏 한두 번 게임을 이용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우리가 말하는 ‘이용자’는 보통 하루에 10판 정도 고스톱을 즐기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정액제를 이용하면 많게는 전체 비용의 80~90%까지 절감 가능하다.

-정액제가 업계에 가져다주는 효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모바일게임을 만들면 몇 개를 팔았느냐가 중요했다. PC게임이 패키지 몇 개를 팔았는지 따지는 식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으로 넘어가면서 동시접속이 얼마냐가 중요한 성패 기준이 됐다. 정액제도 마찬가지다. 이제 순위 다툼은 무의미하다. 얼마나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고객이 얼마나 즐겁게 플레이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수익 면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나.

=사실 수익으로 따지자면 1판당 과금하는 기존 방식이 훨씬 낫다. 하지만 정액제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 이용자도 이익이다. 고스톱만 보더라도, 하루 10게임 정도는 진짜 안 하는 사람의 경우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하루에 몇 시간씩 친다. 지하철뿐 아니라, 특히 잠자기 전에 누워서 한두 시간 치고 주무시는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은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앞으로 네트워크 게임은 무조건 정액제로 갈 것이다.

-어려움은 무엇인가?

=아직은 게임업체들이 정액제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소비자 인식 전환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굳이 몇 천원씩이나 더 내고 모바일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희박하다. 이런 인식을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넷마블이 1999년 첫해 매출이 얼마였는지 아는가? 8억원이었다. 게임은 무료로 하고, 아바타나 아이템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듬해에 게임머니 충전을 유료로 전환하면서 매출이 24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업계 전체가 손잡고 소비자 인식 전환에 뛰어든 결과다. 우리도 업계 차원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 모바일게임도 돈을 내고 써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걸 못하면 월정액제는 없다. 언론도 많이 도와줘야 한다.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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