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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멸종 갈림길 선 업계 애플·삼성 저가 돌풍에 레인콤등 허덕
빌 게이츠 “성공 오래 안갈것” 암울한 예언
엠피3폰 맞서 피엠피등 탈바꿈 서둘러 어차피 누군가 하게 될 말을 그가 먼저 한 것일까? 지난 12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엠피3 플레이어인 애플 ‘아이팟’의 성공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 성공의 정점에 서있는 듯한 엠피3에 대해 암울하기 짝이 없는 예언을 한 것이다. 엠피3가 결국에는 멀티미디어 대표기기가 될 이동전화기에 흡수될 것으로 점쳤다. 빌 게이츠의 말은 지금 엠피3 업계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총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성장일로를 걸어온 엠피3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 재도약이냐 몰락이냐, 아니 진화냐 멸종이냐의 갈림길이다. 외형상으로는 시장이 아직 성장하고 있지만 이미 경쟁은 포화에 이르렀고, 제품 자체의 미래는 오히려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봄날은 갔다=올해초 업계 최강자인 애플이 가격을 내리며 시작된 저가경쟁에 삼성전자가 가세하면서 엠피3 플레이어는 최근 몇달 새 가격이 30% 이상 떨어졌다. 그동안 고수익-고성장을 계속해온 국내 전문업체들은 순식간에 생존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최근 국내 1위인 레인콤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고, 2위 코원도 전분기보다 매출까지 줄어드는 저조한 실적을 냈다. 삼성과 애플에 맞서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린 탓이다. 업계에서는 업체들이 난립해 벌어졌던 2000년대초 1차 구조조정이 ‘예비고사’였다면 올해 시작된 2차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생존의 ‘본고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올해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체들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한때 30%, 지난해까지만 해도 20%선이던 국내 전문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5%까지 내려갔다. 게다가 이미 저가 구도가 자리잡아 소비자들이 싼 값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고가 전략도 통하기 어렵게 됐다. 엠피오 한지운 팀장은 “수익성이 떨어진 만큼 많이 팔아야 살아남는 구조가 됐고, 세계시장에서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 여력이 있는 대형 업체들만 올해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생존 여부 불투명-진화가 돌파구?=빌 게이츠가 말했듯 엠피3가 아예 멸종할 것이란 비관론이 점점 더 힘을 얻어가고 있다. 거의 모든 이동전화기가 엠피3 기능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 그 근거다. 각종 기능과 기기가 융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대세를 이루면서, 엠피3 음악재생 기능이 주도기능이 아닌 부가기능으로 바뀌면서 존재를 위협받는 것이다.
실제 업계와 상당수 전문가들은 엠피3가 결국 피엠피(PMP·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음악 재생만을 위한 단일기기 시장은 물론 사라지지 않겠지만 거의 미미한 상태로 남을 것이란 예상이다. 업체들은 “복합기가 전문기를 이기는 법은 없다”고 맞받아치면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피엠피 개발과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달 이후 뮤직비디오 등을 즐길 수 있는 동영상 기능을 강화한 엠피3 플레이어를 집중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엠피3는 동영상 기능을 더한 ‘엠피4’나 피엠피처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 고급형 제품, 아니면 작고 깜찍한 액세서리형 제품의 두 가지 흐름으로 이미 양분되기 시작했다. 최근 새로 출시된 현원의 정사각형 ‘모비블루 큐브’의 경우가 그런 경우다. 가로·세로 2.4㎝에 불과해 거의 깍두기 한 쪽 크기 수준으로 액세서리로서의 강점에 승부를 걸었다. 업체들은 이처럼 진화하는 신제품으로 재도약을 노리는 한편 다른 성장동력을 찾는 데도 골몰하고 있다. 레인콤의 경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고, 엠피오는 가정용 미디어쪽에 관심을 보이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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