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15 22:23
수정 : 2005.05.15 22:23
최도석 사장 밝혀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외환위기 당시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던 어려움을 털어놔 화제다. 요즘 1년에 순이익만 10조원을 내는 삼성전자에게 돈을 맡겨달라고 은행들이 매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년 사이에 ‘갑’과 ‘을 ’의 관계가 정반대로 뒤바뀐 모습이다.
삼성전자 최도석 사장은 지난 12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특강에서 “외환위기 때 은행에 자금을 빌리러 갔다가 거절당해 울면서 나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최사장은 평소 친하게 지냈던 은행장들도 만나주지 않는 바람에 아침부터 은행 앞에서 출근하는 은행장을 기다리기도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에는 삼성전자 역시 차입금이 20조원에 이를 정도여서 부족한 자금을 회사채를 발행해 마련하려 했다가 정부 인사로부터 “벌레 한 마리가 우물 물을 흐린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받았다고 털어놨다.
최사장은 당시 받은 수모 때문에 ‘다시는 은행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다며, “지금은 오히려 은행장들이 내 방에 찾아오곤 한다”고 뒤바뀐 처지를 전했다.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당시의 경험을 거울 삼아 부채비율을 100% 아래로 떨어뜨렸고 이후 조단위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최근 몇년 동안은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지 않는 ‘무차입경영’을 해오고 있다. 또한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이 다시 와도 12조원 정도면 버틸수 있다고 보고 8~10조원의 현금을 늘 유보해놓고 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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