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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임금 대기업의 64%
수익률 격차도 두배 넘어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에서는 수평적이고 협력적이라기보다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인다. 이런 ‘부적절한 관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깊어져왔다. 인적·물적 구조조정의 성과는 대기업이 차지한 반면, 각종 비용은 중소기업에 떠넘기기 일쑤였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수익성과 임금수준, 연구개발 등에서 갈수록 더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임금 격차 깊어져=먼저 산업자원부와 한국은행등의 자료를 토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익률 격차를 보면, 제조업 부문에서 2000년 이후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익률 격차는 2002년 이후 다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0년 9.2%에서 2001년 6.0%로 낮아졌다가 2002년 7.5%, 2003년 8.2%, 지난해 9.4%로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1년 4.5%에서 2002년 5.3%로 약간 회복되는듯 했다가 2003년 4.6%, 지난해 4.1%로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99년을 기준으로 할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영업이익률을 2004년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무려 4배 넘게 벌어졌다. 고용창출과 임금수준에서의 격차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90%에 가깝다.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은 98년 75.3%에서 해마다 늘어나, 2003년에는 87.0%에 이른다. 전체 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수치다. 그러나 대기업에 견준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98년 76.2%에서 지난해 64.0%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제조업 부문은 대기업의 60.9%로 더 열악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나, 임금 수준은 되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 “투자 엄두도 못내”=정부는 물론 대기업까지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외쳐왔는데도 둘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수직 하청관계와 시장지배력 격차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차관보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을 해온 반면,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 등 혁신 여력을 갖지 못한 것도 격차를 키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은 “해마다 납품 단가를 깎아줘야할 처지에서 기술개발이나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그의 말처럼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납품단가 인하 압박이다. 산업자원부의 조사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본격화된 2002~2003년에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초과하는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가 이뤄졌다. 2002년만해도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7.7%로, 납품단가 인하율(3.9%)을 앞질렀다. 그러나 2003년에는 납품단가 인하율(6.6%)이 노동생산성 증가율(5.2%)보다 커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임원은 “해마다 납품 단가를 깎아줘야할 처지에서 기술개발이나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 횡포에 눌려 사장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30여년 동안 가전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해온 한 중소기업 임원은 “새기술로 제품을 개발해도 선진국 납품실적을 요구하는 대기업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수입품보다 단가를 터무니없이 깎아야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율변동과 유가, 원자재값 상승 등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부담도 중소기업에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업은행의 조사를 보면 이런 사정을 짐작할만하다. 지난 2003년 말 대비 제조원가가 10% 이상 상승한 업체는 61%에 이르지만, 납품단가가 10% 이상 오른 업체는 24%에 불과했다. 납품계약 임의변경, 세부기술자료 요구, 과당경쟁 유도 등의 방법으로 대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바람에 유망 중소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시장에서 도태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산업연구원의 조덕희 박사는 “문제는 기업 투자가 부진할 경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속화하고 있는 양극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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