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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의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삼보컴퓨터가 18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달 현주컴퓨터가 부도처리된 데 이어 대표적인 국내 피시전문업체인 삼보컴퓨터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해, 경기 침체로 어려운 피시업계에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피시업계는 2003년 이후 중소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기 시작해, 올해에도 지난 1월과 4월 현대멀티캡, 현주컴퓨터가 잇따라 부도를 냈다. 삼보컴퓨터는 2003년부터 유통업체가 요구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오디엠·ODM) 사업의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 사업과 국내 영업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러나 예상 이상으로 매출이 줄어들었고, 지난해 말부터 대만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삼보의 빚은 4천억원 안팎의 금융권 부채를 포함해 3월 말 현재 7745억원에 이른다. 삼보컴퓨터의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청산가치보다는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다고 보며, 부채를 어떻게 어느 정도 조정할지 협의해봐야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상거래 채권단과 금융 채권단이 공동으로 채무를 조정해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보는 이미 2000년 이후부터 세계적인 피시산업 침체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2000년 4조원에 이르던 매출은 2001년 이후 계속 줄었고, 2002년에는 5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자체 브랜드로 방향을 돌린 뒤 올해 출시한 ‘에버라텍’ 노트북이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영업 쪽은 살아났지만, 결국 무리한 사업구조 전환이 화를 불렀다. 수익은 적어도 외형 규모를 유지하는 버팀목이었던 오디엠 수출이 4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자금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삼보의 위기가 자기 브랜드를 확실하게 구축하지 못하고 저가 경쟁과 판매량 위주의 운영을 해온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피시업계의 공통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삼보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외판매 부문에서 자기 상표가 아니라 휼렛패커드 등 주요 컴퓨터업체에 납품하는 데 치중해 왔다. 이런 구조가 피시시장이 포화상태로 된 2002년 이후 브랜드 마케팅과 고급화로 승부를 걸지 못하는 족쇄로 작용했다. 뒤늦게 부가가치가 높은 노트북을 시작했지만 다시 저가전략을 택하는 바람에 판매량은 많았어도 수익을 내지 못해 회생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삼보의 위기를 어느 정도 예견해 왔기 때문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다만 삼보의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우려와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카이스트 연구원 출신인 이용태(72) 회장이 단돈 1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삼보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대표적인 ‘성공신화’로 꼽혀 왔다. 피시업계는 삼보의 경영구조가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데스크톱 위주여서 새 주인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보 쪽은 호조를 보이는 국내 영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체질을 개선하면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보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으로 기존 채무가 재조정되면 재무구조는 개선될 것”이라며 “아웃소싱을 통해 애프터서비스 등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상장기업인 삼보는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18일부터 거래가 중지되고,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5만여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증권선물거래소는 1주일 동안 삼보컴퓨터 쪽에 상장 폐지에 대한 이의신청 기회를 준 뒤 상장 폐지를 확정한다. 그 뒤 3일간 정리매매에 대한 공고가 나가고 다시 1주일간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투자자들은 이 기간에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수·매도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가격에 대한 제한은 없다. 구본준 김성재 안선희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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