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4 23:46
수정 : 2005.01.14 23:46
월드스타홀딩스컨소시엄은 동아건설 파산채권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동아건설 정상화보다는 대한통운 인수가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월드스타는 오래전부터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강한 집착을 보여온 프랑스 최대 건설업체 빈시그룹과 건설장비 분야를 키우고 있는 르노자동차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월드스타가 인수한 동아건설 채권에는 대한통운이 동아건설 계열사 시절 보증을 선 1700억원가량이 포함돼 있는데, 이 채권은 내년에 대한통운 지분으로 출자전환될 예정이다. 출자전환을 마치면 월드스타는 대한통운 지분 1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여기에 자산관리공사 등이 가지고 있는 대한통운 보증채권 5800억원어치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월드스타의 대한통운 지분은 37%로 늘어나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대한통운은 최근 동아건설이 맡았던 23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3∼5차 대수로 공사를 인수했으며, 6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6~19차 공사 수주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 리비아 대수로 공사가 1차 목적? = 월드스타는 지난해 4월에도 동아건설 채권단과 채권매입을 협의한 바 있다. 당시 월드스타는 동아건설의 전체 파산채권(약 4조1천억원) 3분의 2 이상을 매입한 뒤 정상화시키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가격조건 등이 맞지 않아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월드스타는 특히 중국이 추진하는 대수로 공사와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관심을 가지고 인수·합병 등을 추진해왔다”며 “지난해 12월 동아건설이 부담할 공사 관련 우발채무가 해소되고, 사업권이 대한통운으로 넘어가자 동아건설 보증채권 매입을 통한 대한통운 인수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임원도 “동아건설은 이미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고 인력도 많이 빠져나가 영업망을 거의 상실한 상태라서 월드스타가 동아건설 회생을 선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월드스타의 동아건설 채권매입 목적은 대한통운 경영권 인수”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자산관리공사 등이 가지고 있는 대한통운의 나머지 보증채권 5800억원어치의 향방에 따라 최대주주가 다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보증채권도 월드스타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스타는 오는 19일 계약이행보증금으로 입찰가의 20%를 납부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땐 두번째로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골드만삭스가 낙찰자가 된다고 삼일회계법인은 밝혔다.
■ 론스타 왜 빠졌나? = 론스타는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론스타 쪽이 이미 얻을 만큼 얻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찰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입찰 과정에서 론스타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채권 응찰가격도 크게 올라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에는 포스코, 씨제이 등 국내 기업과, 제이피모건, 지이(GE), 도이체방크 등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과 펀드 등 모두 8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가 최대주주인 외환은행은 동아건설 채권의 13.1%(4582억원)를 보유한 최대 채권은행이다. 론스타가 물러난 데는 사들인 뒤 되파는 방법으로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굵직한 대안 매물들이 국내에 아직 많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 동아건설 관련 일지1945년 8월= 충남토건(동아건설 전신) 설립1968년 7월= 대한통운 인수1983년 11월= 리비아 대수로공사 1차 수주1998년 8월=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 1호 기업으로 선정2000년 11월= 법정관리 개시결정2001년 5월= 법원, 파산선고2004년 9월= 채권단 파산채권 매각결정2005년 1월= 파산채권 월드스타컨소시엄에 매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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