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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0 10:44 수정 : 2005.05.20 10:44

신자유주의 경제는 노동과 자본의 타협 대신 시장질서를 통한 수익성 원리의 구축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사진은 노동절인 지난 1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한겨레 김태형 기자



[특별기고] 신자유주의는 지속가능한가

최근 독일에선 언뜻 보아 ‘낡아빠진’ 논쟁이 한창이다. 이른바 ‘자본주의 논쟁’. 세계 경제체제가 금융자본 위주의 질서로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열띤 공방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논쟁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둘러싼 문제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아래에서는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통해 세계 자본주의의 현 단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최근 독일의 사민당 당수 프란츠 뮌테페링은 한 당직자 회의에서 국제 금융 자본을 일러 독일의 기업들을 갉아먹는 ‘메뚜기떼’로 비유하며 거칠게 비난했다. 그리고 금융 자본의 무자비한 이윤 추구 행위가 독일 민주주의에 대해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하게 공격했다.

뮌테페링 당수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독일의 우파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물론, 영국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격렬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독일 내 우파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독일의 국제신인도 저하와 해외 자본의 유출을 걱정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고, 영국과 미국의 언론들은 국제 금융 자본을 사민당의 정치적 위기와 독일 경기 침체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반박했다.

독일서 ‘메뚜기 논쟁’ 불붙어

과연 국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로 대표되는 국제 금융 자본의 행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는 보다 근본적으로 이들의 행태를 찬양하는 신자유주의의 영미식 자본주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독일의 언론들이 이 논쟁을 ‘메뚜기 논쟁’으로 칭하는 반면, 영미의 언론들은 이를 ‘자본주의 논쟁’으로 이름 붙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 연관성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1980년대에 전개된 영국과 미국에서의 경제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경제질서의 재편으로부터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79년부터 대처 정부에 의해, 그리고 미국에서는 81년 이후 레이건 정부에 의해 각종 정부 규제의 완화, 민영화, 긴축정책, 복지 프로그램의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과 같은 정책들이 취해졌다.

이러한 정책 변화들은 한편으로는 정부 개입 대신 시장에 의한 경제질서의 구축을,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과 자본의 타협 대신 시장질서를 통한 수익성 원리의 구축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이들 질서와 원리의 구축이 경제를 보다 더 빠르게 성장시키고, 또 그 결과 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목표는 이제 순수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조의 부흥과 함께 시장경제질서와 수익성 원리를 근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라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어냈다.

신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경제의 장기 성장과 고용 안정, 그리고 복지정책과 같은 경제주체들 사이의 타협을 통한 경제운용보다는, 수익성 증대와 주주가치 중시, 노동시장 유연화 등과 같은 시장규율의 강제를 통한 경제운용이 더 강조된다. 그리고 이런 경제에서는 경영자나 노동자보다는 주주와 주주를 대리하는 기관 투자가가 전체 경제운영을 지휘한다. 물론, 경영자나 노동자도 때로는 주주로서 이들과 함께하기도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발달한 신자유주의는 다시 전 세계에 자신들의 경제질서를 전파하기 위해 시장 개방과 민영화, 자본시장 육성을 권유하고, 시장운영에 있어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구축과 준수를 요구했다. 이것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미국에서보다 더 열광적으로 환영을 받으며 전파되기도 했고, 때로는 채권자의 대출증서와 함께 강제적으로 전파되기도 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 신자유주의의 성과는 과연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성장이나 고용과 같은 경제 전체의 성과는 개선된 것이 거의 없는 반면, 주주나 채권자들인 부자들의 이익과 자산은 크게 증대했다.

실제로 OECD에서 발간하는 통계에 따르면, OECD 국가 전체의 실질 GDP는 80년대보다 90년대에, 그리고 2000년대 초에 더 느리게 성장했으며, 90년대 초반 약간 상승하는 듯 보이던 고용증가율은 90년대 중반 이후 제자리걸음을 보이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급속하게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으나,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이나 일본에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이와는 달리, 80년대 이후 각 나라에서 이자율과 배당 성향은 크게 상승해 채권자나 주주의 소득은 급속하게 증가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최고 부유층 1%가 소유한 전체 부의 비중은 70년대 중반에는 22%를 보였으나, 90년대 이후 크게 증가해 거의 40%대에 이르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성과가 이처럼 부진한 상태에서 부의 불평등만 심화시키는 것은 주주와 기관 투자가로 대표되는 금융 자본의 경제운용 행태와 관련이 있다. 금융 자본은 시장경제질서와 수익성 원리를 기초로 주주가치를 가장 중요한 경제의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경제의 장기 성장이나 고용 확대보다는 단기 수익 극대화와 그를 통한 배당 및 자본이득을 더 중시한다.

경제 성과없이 부자들 이익과 자산증대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에서 기관 투자가들은 기업경영자에게 단기 수익을 목표로 장기 연구 개발 투자를 억제하도록 요구했으며, 또 이윤의 재투자보다는 배당금의 증대를 요구했다. 그리고 노동 고용을 감축시켜 비용을 절약하고 단기 수익을 증대시킬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금융 자본은 또 정부로 하여금 긴축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법제화하여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금융 자본의 행태가 결국 경제 성장과 고용 확대를 부진하게 만들고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 것이다.

더욱이 세계화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기관 투자가들-이들은 대부분 미국과 영국 국적의 회사들이다-은 각 나라의 경제적 이해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수익만을 좇아 단기 수익 목표의 경영전략, 긴축정책, 노동 유연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각 나라의 자율적인 정책 수행마저도 어렵게 만든다.

최근 독일에서 전개되고 있는 자본주의 논쟁도 이러한 금융 자본의 행태와 이를 지지하는 영미식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뮌테페링은 특히 국제 금융 자본의 행태를 공격했는데, 이것이 설령 금융 자본이라는 희생양을 만들어 선거에서 득표하려는 사민당의 전략이었다 할지라도, 많은 독일 국민들은 이에 대해 크게 호응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24개의 독일 대기업들이 임금 절감을 통해 큰 이윤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20%나 감소시킨 채 배당금만 40%를 증대시키는 것을 본 독일 노동자들이, 영미식 주주 중시의 경영행태를 달가워할 리가 없는 것이다.

독일의 사민당은 해외 금융 자본의 폐해를 막기 위해 외환거래와 금융 투기에 대한 과세는 물론, 주식 최저 보유기간 도입, 경영자 보수 최고 한도 설정 등과 같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속에서 사민당의 이러한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 성장과 고용 안정의 희생 속에서 부자들만의 부를 증대시키는 현재의 영미식 자본주의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단지 영미식 자본주의가 타협과 형평 대신 수익과 불평등만을 초래하는 비이성적인 경제운용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경제 성장이나 고용 증대를 통한 지속적인 부가가치의 창출 없이 기존의 부를 재배분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일에서와 같은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더 활발하게 지속되어야 하며, 또 각 나라별로든 전 세계적으로든 금융 자본의 폐해를 막고 경제 성장과 고용 증대, 그리고 소득 형평을 가져다줄 새로운 제도가 계속해서 모색되어야만 할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bhcho@hanbat.ac.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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